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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물관리위 잘못? 게임법을 탓해야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얼마 전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이재홍, 게임위)가 스팀(Steam) 게임 플랫폼 내 국내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에 대해 등급 분류를 권고했다고 알려지면서 난데없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태가 일어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애꿎은 게임위만 동네북이 된 모양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국내 미심의 게임물 규제에 이어 잘 사용 중인 스팀 플랫폼 차단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급기야 게임위의 규제를 멈춰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따지고 보면 게임위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국외 게임사업자가 직접 위원회로 등급분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한 것에 대한 제도 안내를 위해 밸브와 협의했다. 이 협의가 와전돼 ‘스팀을 규제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고 우후죽순 기사가 양산되면서 게이머들이 분노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스팀 차단은 게임위도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지금과 같은 논란이 일어날 것을 뻔히 아는 까닭이다. 게임위 공식 입장을 보면 잘못된 사실을 밝히는 동시에 몸을 낮춰 최대한 논란을 피해가고자 하는 모습도 비친다.

현재 게임위는 청소년이용불가(성인) 등급과 아케이드 게임물만 등급분류하고 있다. 나머지 게임물은 일정 기준을 갖춘 민간 사업자들이 자체 등급분류 중이다. 이 때문에 게임위 등급분류 건수는 연간 800~900건 정도에 그친다. 이제 게임위 역할은 등급분류보다 사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팀에선 청소년이용가부터 성인 등급까지 다양한 게임이 유통되고 있다. 미심의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안내와 협의는 당연한 일이다. 혹여나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이 유통돼 향후 논란이 일어난다면 책임을 지는 곳이 게임위다.

게임위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할 만하다. 협의하면 했다고, 협의 안 하면 안 했다고도 비판받을 수 있는 현 상황 때문이다.

밸브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가장 편할 법하다. 기존처럼 자체등급분류 민간사업자 지위를 획득하지 않고 한글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면 되는 까닭이다. 밸브가 절대선(善) 인양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게임위에 뭇매를 가하는 국내 분위기가 드러난 이상 밸브가 앞으로도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게임위는 게임법을 따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게이머들이 맘에 들지 않는 사전심의 제도가 바뀌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게임법을 손질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인이 다 쓰는 스팀 정도의 플랫폼이라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을 위한 요건을 완화해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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