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LG화학, 달갑지 않은 이슈메이커가 된 까닭은

윤상호
- 안전 강조 불구 연이은 사고, 재발 방지 특단 대책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

LG화학이 신학철 대표<사진> 취임 2년차인 올해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신 대표는 “새로운 비전 선포는 LG화학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LG화학은 전체 임직원이 볼 수 있도록 디지털 라이브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 시각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시. LG화학 계열사 LG폴리머스인디아에서 스티렌모노머(SM) 유증기가 누출했다. 도시는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 12명이 죽고 1000여명이 치료를 받았다.

그로부터 2주일. 지난 19일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 LG화학 대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명이 죽고 2명이 부상했다. 대산공단은 올 들어 잦은 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곳이었다. 2월 한화토탈 컨테이너 사고, 3월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4월 현대오일뱅크 악취 사고 등이 연이어 있었다. LG화학은 인도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회사 전반의 안전관리를 재점검하는 시기였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일이 여기까지 커지자 구광모 LG 대표가 직접 나섰다. 신 대표는 구 대표가 LG 수장이 된 후 처음 영입한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사고 다음 날인 20일 구 대표가 현장을 찾았다. 신 대표 등에게 안전환경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고 구본무 회장 2주기이기도 했다. LG화학은 LG그룹의 모태다.

구 대표의 말처럼 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다. LG화학의 사건사고는 비단 LG화학의 문제가 아니다. LG 브랜드 나아가 우리나라 기업의 브랜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LG화학의 각성을 기대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류의 삶에 필요한 것은 과학보다 안전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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