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독이 든 성배 ‘넷플릭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지금의 넷플릭스는 마치 ‘독이 든 성배’와 같다. 허울 좋은 모습에 덥석 손을 잡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넷플릭스만 배를 채우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독을 끼얹는 형국이다. 굴욕적인 관계를 벗어나 넷플릭스와 한국 사업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테이블이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분명 매력적이다. ‘킹덤’을 비롯한 수준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유튜브를 뒤쫓는 OTT 시장주도 사업자라는 위치는 누구라도 넷플릭스 손을 잡고 싶게 만든다. 국내 통신‧방송업계도 이 때문에 넷플릭스를 주시하고, 협력해 왔다.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딜라이브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점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가입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유튜브에 이어 2위로 발돋움했다. 인크로스 조사 결과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웨이브를 제쳤고, 지난 3월 86만명 이상 이용자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시장에서 끌어온 가입자와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 월간 사용자수는 393만4665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28.5% 급증했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서는 지난 3월 한 달에만 한국시장에서 최소 36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2년새 10배 이상 매출 상승을 기록한 셈이다. 통신사 통합결제와 앱스토어 결제방식은 제외된 조사인 만큼, 실제 매출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제휴한 곳은 어떠할까? 인터넷TV(IPTV) 최초로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협력을 통해 가입자 순증과 매출 향상을 이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국내 사업자 모두 ‘공짜망’을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넷플릭스 트래픽은 급증하고 있으나, 망 부하에 대한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이뿐 아니라 LG유플러스가 콘텐츠 수익 85~90%를 넷플릭스에 내주는 조건을 관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계약’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넷플릭스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짜망을 사용하고 높은 콘텐츠 사용료까지 받으면서 매출을 끌어 모아왔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영토를 더 넓히려고 한다. 통신‧방송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KT도 포함돼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미디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보유한 SK텔레콤에도 제휴를 제안했으나, 박정호 대표가 한국 미디어 생태계를 우려해 거절한 상태다.

이제 남은 건 KT다. 미디어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KT에게 넷플릭스는 좋은 한 수가 될 수 있지만, 결코 지금과 같은 조건에 응해서는 안 된다. 또다시 넷플릭스에게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려면, 망 사용료와 콘텐츠 사용료 분배에 대해 공정한 협상이 선행돼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해외CP인 페이스북도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넷플릭스라고 해서 이를 용인한다면, 분명한 역차별이다. 매년 수조원을 쏟아 완성한 우수한 한국 통신망을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짜 고속도로로 만들 수는 없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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