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생존하려면 혁파하라
지난 8월 12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이 회사 내 회사(Company In Company)와 사내벤처를 결합한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수백 개 프로젝트로 나뉜 현 사업부들을 A부터 Z까지 여러 개로 쪼개 독립 자회사로 분할한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설립안을 발표한 것이다.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는 지난 10일 블로그 성명을 통해 "혁명적 아이디어가 차세대 성장을 주도하는 첨단기술 산업에서는 적당히 머무르는 걸 불편해 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직개편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구글의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구글과 연구소인 X랩, 투자사업 부문인 구글 벤처스, 건강·과학 관련 조직들이 모두 알파벳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먼저 자회사 7개를 두고 운용한 뒤 A부터 Z까지 자회사를 늘려갈 계획이다. 자회사들은 전문경영인을 임명해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독립채산제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구글은 검색, 광고, 지도 등 인터넷사업에 집중하고 자율주행차, 열기구를 통한 인터넷 연결, 로봇 개발, 암 치료, 노화예방, 스마트홈 등의 다양한 차세대 사업들은 개별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끌고 가게 된다.
또한 구글은 9월1일에 새로운 로고를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로고 변경은 처음이 아니며 새로운 로고가 영원히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 스스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통합한 통합 삼성물산이 지난 1일 새롭게 출발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지난해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33조7000억원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씩 성장하여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사업인 건설과 상사, 패션과 리조트·건설의 4개 사업 부문을 유지하지만 신사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 분야의 2020년 매출액 목표를 1조8000억원으로 잡고, 아울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내년에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984년에 가전,통신,반도체부문을 통합하여 지금의 글로벌 삼성이 있게 한 성공적인 회사통합을 했었다. 그당시에는 통신부분이 전국에 교환기 사업을 통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반도체를 키우게 되는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신생 삼성물산이 제 2의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 (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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