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로봇시장’ 폭발력, 간과하면 안 된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먼저 상용화됐으며 시장규모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술발전으로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지능형 로봇’이 대두가 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봇하면 일본이 가장 앞서가는 국가로 떠오른다. 이는 아마도 어렸을 때 본 일본 로봇만화 영화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혼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간을 닮은 2족 로봇인 ‘아시모’의 홍보 선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창조성을 잃은 기업은 망한다’는 창업자의 이념에 따라 지난 1986년에 초기제품을 선보인 이후 계속해서 진화된 아시모를 선보였다. 올해 선보인 아시모는 한발 뛰기, 춤추기가 가능해 점점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모 기술을 자동차에도 적용해 센서와 카메라를 통한 사고예방 기술을 탑재하는 등 기술저변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6월 20일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인간형 로봇 페퍼를 우리나라 돈으로 180만원에 출시했는데 발매 단 1분 만에 준비된 1000대가 다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간의 감성을 가진 로봇에 많은 관심이 있는 셈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감정을 가진, 마음을 갖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하면서 중국의 알리바바, 대만의 폭스콘과 함께 소프트뱅크 로봇 홀딩스를 설립하는 등 일본과 중국이 연합해서 세계시장 재패의 도전장을 냈다.
전 세계 기술과 신산업을 주도하는 구글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로봇을 주목하면서 2012년에만 관련 업체 7곳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발로 걷어차도 넘어지지 않는 개와 유사한 4족 보행 로봇 개발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고 작년에는 가라테를 하는 로봇을 공개하는 등 무인 자동차, 발차기하는 로봇,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를 하는 다수의 로봇관련 회사를 집중적 사들이고 있다. 광고와 검색의 인터넷 회사인 구글이 미래에는 로봇을 통한 본격적으로 제조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도 공장 및 제품 배송 무인화를 위해 로봇 벤처회사인 키바시스템스를 2012년에 인수한바 있다. 이렇듯 본격적으로 미래형 신산업인 로봇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국가차원을 넘어서 거대 기업간 전략적 제휴와 치열한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KAIST에서 만든 휴보 로봇이 세계 재난 로봇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만든 로봇을 상용화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갈 길이 멀다. 누구나가 인정하듯이 로봇은 미래 성장산업이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잘 알려진 벤처나 코스닥 기업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다가 미래 신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앞선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로봇은 고도의 핵심기술과 요소기술이 많이 필요한 만큼 상용화하기까지는 막대한 연구개발과 고급인력이 필요한데 벤처나 중견기업이 자력으로 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리스크가 많은 초기시장보다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시점에 진입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초연구 투자와 시장형성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줘야한다.
또한 로봇은 최첨단 기술 이미지가 부각되는 만큼 후발 기업이 선두 업체를 앞서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서로 경쟁을 시키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로봇시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텐데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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