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이제 가자, 선진국으로
대내외적으로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미국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로금리와 함께 4조 달러가 넘는 돈을 무차별적으로 찍어내서 마침내 경기회복의 단초를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9월경에는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도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 우경화와 잃어버린 20년의 경기회복을 위해 미국처럼 엔화를 찍어서 시중에 푸는 등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의 유탄은 유럽에도 몰아쳐서 관광으로 먹고 사는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 등으로 EU도 경제회생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한 중국경제 성장률이 7%를 지키지 못한다는 우려로 인해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3일간에 약 5%를 절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앞으로도 중국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절하 및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다.
국제유가도 세계 경제침체로 수요 감소 와 공급 과잉 우려로 6년 만에 WTI 서부 텍사스 원유기준 4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올해 수출이 7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비 4.9% 감소한 3153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신흥국 수출 비중이 약 50% 정도인 한국의 하반기 수출전망은 더욱 어두워서 당초 올해 국가 GDP 성장률 3.5% 목표에서 최근 미국의 무디스는 올해 성장률을 2.5%수준으로 낮추었고 내년 성장률도 당초 3.5%에서 3%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외적인 환경만 탓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에 진입을 해야 되지 않나?
우리는 70년 전 일본으로 부터 해방과 3년간의 6.25 전쟁으로 초토화된 이 땅위에 정부, 기업, 국민들이 똘똘 뭉쳐 배고픔을 이겨내면서 현대적 산업을 일으키고, 민주화를 이루는 등 단기간 내에 세계강국 대열에 오르는 유래가 없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한 위대한 민족이다. 어떻게 보면 세계 경제가 모두 어려운 때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IMF를 겪으면서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진입했던 경험이 있다. 즉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또 한 번의 환골탈태의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 정부부터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조직을 과감히 줄이고 국민생활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의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다른 국가들 보다 먼저 시험해보고 해외시장을 진출할 수 있도록 파일럿(PILOT) 시장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데 선진국보다 규제가 더 엄격한 것이 대부분이다.
국가재정을 건실하게 유지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퍼주기식 복지도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하고 지자체의 모든 선심성 투자는 과감히 제거하고 꼭 국가발전에 필요한 투자를 하면서 재정의 빚을 줄여나가야 된다.
이러한 혁신과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는데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에 죽어가는 개구리와 같은 형국이 되는 것 같아 두렵다. 기업들도 경기가 안 좋을 때 투자를 해야 투자비용도 적게 들어가 경기 사이클이 좋아질 때 많은 과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구글이 벤처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하고 있으며 또한 미래 산업 선점을 위해 13년간 130개 기업을 인수를 하는 등 투자를 가속화 하고 있는데 우리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소 답답하다.
미래사회는 지금까지의 경영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빨리 인식하고 먼저 변화해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큰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개가 뭉칠 수 있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및 주도가 중요하다.
우리도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에 들어가자. 지금까지 30-50 클럽에 속한 나라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탈리아 등 6개국에 불과하며 높은 생활수준과 1조 5천억 달러 이상의 경제규모를 갖춘 강국이라는 의미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갔으면 한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 (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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