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장문 통해 새 도전 의지 밝혀…사실상 넥슨 매각 인정 - 텐센트 등 중국 기업 인수설 꾸준히 제기돼…산업계 타격 우려 - 국내서 ‘중국 포비아(공포증)’ 확대일로…최종 매각 방식 초미 관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가 넥슨 매각을 사실상 인정했다. 4일 배포한 입장문을 보면 ‘넥슨 매각’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지만, 그 자체가 매각을 인정하는 상황이 됐다. 매각이 아니라고 명확히 입장을 밝힐 수도 있지만, 그의 선택은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들겠다”였다.
김 대표는 ‘매각 불발’이라는 일말의 여지도 남겨뒀다. 직접 언급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수 대상자들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회사를 넘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김 대표가 회사 매각을 추진키로 한 이상,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들기로 결정을 한 상황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김 대표의 미래보다는 넥슨의 운명에 쏠려있다. 텐센트 등 중국 대형 기업이 넥슨을 인수한다면 국내 게임산업 기반에 상당한 충격을 안길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중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초대박을 일군 ‘던전앤파이터(던파)’에 관심을 가질 것이 명확한 상황이다. 던파는 넥슨 자회사이자 개발사 네오플에 1조원이 넘는 연매출을 안기는 게임이다. 중국 내에서 던파를 서비스 중인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그만큼의 로열티를 아낄 수 있다.
업계도 엔엑스씨와 텐센트가 이미 협의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넥슨의 덩치가 큰 만큼 매각 협의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도 있다. 전체가 아닌 부분 매각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력 지식재산(IP)과 기술을 노리는 중국 기업에 넥슨을 넘긴다면 김 대표의 “혜택에 보답하겠다”는 발언에 공감할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인수 대상자에 따라 개발팀 해체 등 조직개편과 신작 라인업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각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넥슨 임직원들의 최대 관심사가 바로 ‘고용승계’다. 텐센트가 앞서 인수한 라이엇게임즈나 슈퍼셀처럼 고용승계가 이뤄지면서 이렇다 할 변화 없이 회사를 유지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와 대중이 볼 땐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포비아(공포증)’를 겪고 있다. 그만큼 중국산 게임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빠르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넥슨을 중국 기업에 넘긴다면 시장 잠식 속도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 대표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게임업계가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아름다운 퇴장(엑시트)이 이뤄질 것인지, 넥슨을 창업하고 국내 게임산업이 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마지막에 걱정거리를 안기고 떠날지 그의 결단에 업계 이목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