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새해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3일 오전, 게임업계는 예상치 못한 충격파를 겪었다.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기업인 넥슨의 매각설이 제기된 탓이다. 김정주 창업자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NXC) 지분 전량을 내놓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각 규모로만 10조원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날 게임업계는 대지진이 휩쓸고 난 뒤처럼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JJ(김정주 대표의 약칭)가 왜 넥슨을 매각할까’라는 궁금증으로 설왕설래하지만 그보다 업계 상징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엑시트(Exit)한다는 소식에 동종업계 관계자들은 상실감을 더욱 크게 느끼는 듯하다.
10년 이상 게임업계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인물 아닌가”라며 “지분의 일부 매각이 아니라 전량을 매각하고 손을 뗀다는데, 게임업계가 비전이 없는 산업이 돼버린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성공한 유명인들이 가질 피로감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양한 일에 엮어 이름이 거론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닐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되면 어느 순간 ‘호랑이 등에서 내리고 싶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이다. 평소 자유분방했던 김 창업자의 행보를 되짚어본다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매각 이유다.
김 창업자는 가족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대단히 불편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이 준대기업 집단에, 김정주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돼 모든 친인척 관계가 드러나게 된데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연루된 공짜 주식 논란으로 2년여간 법원을 드나들면서 심신이 지친 것도 매각에 영향을 줬으리란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김 창업자는 전문경영인을 두고 직접 경영은 하지 않았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운전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본인은 옆자리 또는 뒷자리 동승객인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 위치에 있지 않는 이상, 그가 업계 1위인 넥슨 창업자로서 느낄 피로감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예상은 쉽지 않다.
업계에선 ‘JJ가 게임 자체에 흥미를 잃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김 창업자를 지켜봐왔던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 푹 빠져드는 사람이다. 넥슨으로 게임왕국을 일구게 된 것도 사명감보다는 일이 재미있어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과 주변 상황에 대한 피로감보다는 어느 순간 게임산업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게 더 큰 이유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는 아시는 분들은 재미를 느끼면 일에 지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며 “게임산업에 재미와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엔엑스씨 측은 “매각 관련해선 확인 중에 있다”며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빠르게 공시를 준비하고 있으나 오늘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회사 측은 “게임 규제 때문에 지분 매각을 검토했다는 기사 내용 관련해선, 김 대표가 평소 규제 피로감을 언급한 적이 없어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