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새해 벽두부터 게임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넥슨이 투자은행(IB) 업계에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 때문이다. 넥슨 지주사이자 김정주 창업자가 대표로 있는 엔엑스씨(NXC) 측은 회사 매각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확인 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김정주 창업자가 평소에 쉬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문경영인을 두고 직접 경영에서 손을 뗀지가 한참이 됐고 게임 외 투자 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넥슨 매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넥슨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을 만큼 오랜 기간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 때문에 새해를 맞은 게임업계에선 넥슨이 매각될 것이라 예상조차 못했다는 반응이 앞선다. ◆넥슨 지배하는 엔엑스씨 지분 매각 거론=현재 넥슨을 지배하는 엔엑스씨 최대 주주는 김정주 대표(67.49%)다. 부인 유정현 씨(29.43%) 지분도 있다. 김 대표 개인 회사 와이즈키즈가 소유한 엔엑스씨 지분(1.72%)까지 합치면 98%가 넘는다. 이 지분을 IB 업계에 내놨다는 관측이다. 매각주관사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거론된다.
매각 규모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했을 때 10조원이 넘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현재 넥슨 본사인 일본법인의 13조원 가량의 시가총액을 따져봤을 때 엔엑스씨가 보유한 지분(47.98%) 가치만 6조원을 넘기는데다 넥슨이 여러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다.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와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코빗 등이 있다.
◆대중 앞에서 사업 의욕 보였건만…‘공짜 주식’ 논란이 결정타였나=김정주 대표는 지난 2014년 자체 개발자 컨퍼런스인 NDC에 깜짝 등장해 게임사업에 의욕을 보인 바 있다. 경영진들과 대담을 직접 진행하면서 넥슨의 약점까지도 허심탄회하게 거론해 호평을 얻었다. 이때 대중은 넥슨이 게임을 열심히 만들고 퍼블리싱을 할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진경준 전 검사장이 연루된 넥슨 ‘공짜 주식’ 논란이 터진다. 김 대표는 2년여간 법정을 드나든 끝에 대가성 인정이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지난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재산의 일부를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에 드러난 사실만 본다면, 김 대표가 넥슨을 매각할 것이란 마음을 먹은 계기로는 공짜 주식 논란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2년여 법정 다툼에서 김 대표의 심신이 상당히 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선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파기 환송해 가까스로 체면을 지키게 됐다.
◆매각가 관측 보면 중국이 최우선?=넥슨 매각가는 10조원이 거론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계에선 단일 사업자가 인수합병(M&A)할 수 없는 규모다. 투자 컨소시움(협력단)을 구성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워낙 덩치가 커 부담이다.
그러나 국외로 눈을 돌리면 대상자가 많아진다. 텐센트 등 중국 게임업체들을 우선 대상자로 볼 수 있다. 넥슨 ‘던전앤파이터(던파)’를 중국 내 서비스 중인 회사가 텐센트다. 던파는 텐센트의 주력 게임이자 넥슨의 최대 매출원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던파 지식재산(IP)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텐센트 등 중국 현지업체들이 눈독을 들일 수 있다.
콘솔(비디오게임)이 강세인 서구 시장에선 넥슨의 이름값이 아시아만큼 높지 않다. 다만 아시아권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넥슨 M&A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