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창의’마저 넘보는가…인공지능 한계는 어디까지?
-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제로’ 최신버전 등장
- 기보 입력 없이도 스스로 학습 거쳐 기존 버전 승률 압도
- 실세계 데이터 강화학습 가능할시 새로운 차원의 AI 출현 가능성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외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알파고 쇼크’로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만든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 최신버전을 내놨다. ‘알파고 제로’다.
알파고 제로는 기존 알파고 버전을 압도하는 성능을 갖췄다. 이세돌 9단과 맞붙은 알파고와 대결했더니 100전 100승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커제 9단과 붙은 알파고 차기 버전과도 100전 89승을 거뒀다.
알파고 제로가 더욱 놀라운 것은 기보 입력 없이 스스로와 대국을 두면서 강화학습을 거쳤다는 것이다. AI 연구 개발자들이 말하는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에서 탁월한 성취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알파고 제로, 모든 측면서 기존 AI 압도=알파고 제로는 구글 딥마인드가 AI 알고리즘을 더욱더 다듬었다. 그 결과, 더 적은 컴퓨팅 파워로 압도적인 성능을 낼 수 있었다. 알파고 첫 버전이 등장한지 불과 2년만이다.
AI 성능도 앞서지만 비지도 학습 기반으로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 기보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바둑을 깨우쳤다. 무협지 속에서나 보던 전설적인 고수를 빼닮았다.
기존 알파고 버전은 프로기사 대국에서 이른바 ‘떡수’를 자주 뒀다. 떡수는 실착이나 좋지 않은 수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대국 이후 복기해보면 떡수인줄 알았던 착수가 알고보니 ‘신의 한수’였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알파고 제로가 프로기사와 대국한다면 인간 입장에선 종잡을 수 없는 착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인간 기보 없이 스스로 바둑을 깨우친 까닭이다. 다른 차원의 바둑 세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떡수냐 신의한수냐 따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알파고 제로, 성취는 어느 수준…‘인간 창의’마저 넘보나=국내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AI 조직을 이끌고 있는 한 개발자는 알파고 제로에 대해 “굉장히 놀라운 수준의 성취”라고 평가했다.
일단 알파고 제로는 비지도 학습 AI에서 성과를 냈다. 훈련 데이터 없이 스스로 기보를 만들어가면서 바둑을 배웠고 기존 AI를 압도했다.
이 때문에 ‘AI가 인간 창의까지 넘보는거 아니냐’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 부분에선 반론이 제기된다. 바둑판은 명확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 한정된 공간이다. 경우의 수는 많지만 계산만 빠르다면 대국의 마지막 수까지 시뮬레이션하면서 이기기 위한 수를 둘 수 있다. 이 부분이 인간 입장에선 ‘직관’이나 ‘창의’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창의성을 가졌다는 반론도 곱씹어볼만한 부분은 있다. 알파고 제로를 보면 전혀 새로운 차원의 AI 출현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차있다. 바둑판 세계처럼 딱 떨어지는 액션이 없다. 사전에 데이터 입력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 비지도 학습 기반이라면 이런한 난관을 돌파할 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AI에 도덕적 가치판단을 맡길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수학적으로 가중치를 두기엔 애매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I 연구 조직을 이끄는 개발자는 “강화학습 측면에서 가치 자체를 보상함수로 두고 절대로 어기면 안되는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마이너스 무한대로 걸어버리는 함수는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작동이 잘될지는 돌려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실세계의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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