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성남시 판교에 게임 클러스터(산업집적지)의 조성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 연말 성남시 판교에 입주하는 넥슨코리아를 제외하면 상당수 업체들이 판교 테크노밸리에 새 둥지를 튼 상태다. 이달 중엔 엔씨소프트가 판교 신사옥 입주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클러스터 조성은 동종 업체 간 발전적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협력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PC온라인게임 중심의 국내 게임시장이 모바일로 플랫폼 변화를 꾀하면서 격변기를 맞는 가운데 판교 이전은 업계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판교 입주 업체들 간에 복지 경쟁이 붙었다. 개인당 업무 공간을 늘리고 피트니스센터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 세끼 식사를 무료 제공하거나 업무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도록 사내 사우나 시설을 운영하는 등 직원 애사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한창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위기감도 분명 감지된다. 대다수 업체가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부침을 겪는 가운데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매출 구조가 다변화되다보니 매번 후속작의 출시 전략을 놓고 고민에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게임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따른 위협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국내 게임사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게임사들은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내수 시장을 발판삼아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이제 개발력 측면에선 국내와 중국 업체간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밀고 들어오면 충분히 산업 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규제 이슈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현재 업계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가 고비다. 게임업계 전체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런데도 게임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야박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하다. 비빌 언덕이 없는 지금,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은 오롯이 게임업계의 몫으로 남았다. 판교에서 새 시대를 여는 게임업계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기자는 국내 게임업계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취재차 만나는 게임 개발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접할 때면 게임 강국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니었음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이제 업계 경영진도 복지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람이 재산’이라는 상도(商道)를 실천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모든 게임업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