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메모리 치킨 게임에서 패배한 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독자 생존을 포기하고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엘피다가 경영 악화로 도쿄 지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오는 4월초 1300억엔(우리돈 1조812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맞는 엘피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 채권단, 거래기업 등과 만기 연장, 출자전환 등을 협의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엘피다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마이크론 및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 자본 및 업무 제휴를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으면서 독자 회생을 포기,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내게 됐다.
지난 해 말 기준 엘피다의 부채는 4800억엔(6조6880억엔) 규모로 자본 잠식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엘피다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1779억엔의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2009년과 2010년 소폭 흑자를 내며 회생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D램 시황 악화로 오는 3월 마감되는 2012 회계연도에는 1000억엔(1조39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위 D램 업체인 엘피다가 파산보호 상황까지 내몰린 것은 치열한 반도체 생존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밀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엘피다는 반도체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미세공정전환 속도가 한국 업체와 비교해 9개월에서 1년 이상 늦었다. 반도체 가격은 자꾸 떨어지는데 원가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니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은 결국 1, 2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반사이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