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스토리] “성공 셀러 키우겠다”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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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촉발된 환불 지연으로 인해 티몬과 위메프 사옥, 큐텐 사옥에서 그를 기다린 시간은 수십 시간이나 됐다. 당시 언론도, 판매자(셀러)도, 소비자도, 모두가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며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마주치길 기대했었다.
구 대표가 당시 일부 언론에게 문자로 연락해왔지만 실제로 한국에 있는 게 맞긴 한 건지, 확실한 답을 다른 이에게 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가 열렸다.
과연 구영배 대표가 등장할지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가 ‘국회에 나올 것’,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업계 관계자 의견과 전망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말이든 좋으니 구 대표가 직접 나선다면 이 사태를 해결할 한 줄기 빛이 자연스럽게 비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무위 현안질의 정회 때 취재진으로서 마주친 구 대표는 그저 ‘시간이 급한 사람’이었다.
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6개월만, 3년도 아니고 6개월만 달라는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과거 영광에 갇혀 있는 사람으로도 비쳐졌다.
◆구영배 대표의 화려한 성공 경험…1조원 거머쥐게 만들어준 ‘이커머스’=20년 전만 해도 구 대표는 잘 나가던 1세대 이커머스 인물이었다. 업계에선 신화로도 불렸다.
구 대표가 이커머스 시장에 첫 발을 들인 건 1999년 인터파크 입사 때다. 1991년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미국계 석유탐사회사 슐럼버거에 다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 눈을 떴다.
이후 2000년 인터파크 경매사이트 ‘구스닥’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다가 2001년 인터파크에서 사내 벤처 형태로 인터파크구스닥(현재 G마켓)을 창업했다. 구스닥이 G마켓이 된 건 2003년이다.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부각시킨 ‘마켓’을 차용해 ‘G마켓’으로 사명을 교체하고 당시 1위 업체였던 옥션과 맞붙었다.
G마켓은 2004년 국내 처음으로 오픈마켓 체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쇼핑 공간으로 이름을 알리며 옥션을 제쳤다. 이어 2007년 이커머스 업체 최초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며 업계 1위를 거머쥐었다. G마켓은 모회사인 인터파크를 추월하며 매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를 발판으로 2006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다만 돌연 구 대표는 2009년 G마켓 주식 67%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이베이에 매각했다. 거래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400억원. 당시 국내 인터넷 기업의 해외 매각 최대 규모 값으로 매겨졌다.
구 대표에게도 이때는 어쩌면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었을 것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만났던 구 대표는 '정회'라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본인이 세운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설명하기 보단 과거 성공 경험을 내세웠다.
구 대표는 “진정성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지난 20년간 이커머스를 만들어 왔던 어떤 경험, 그리고 그동안 만들어 왔던 토대와 포석을 바탕으로 하고 잘 설득해가면 다시 또 올라올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큐텐그룹으로 또 한 번의 나스닥 도전…과거 성공 경험에서 나온 新전략은 없었다=이날 구 대표는 “제가 지마켓을 만들고 성공하면서 가졌던 모순은 바로 ‘플랫폼 성공에 가장 핵심적으로 이바지했던 판매자들은 왜 같이 성공하지 못할까’였고, 이 때문에 ‘큐텐’이란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다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구 대표는 2009년 G마켓 매각 조건으로 최대 10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대신 구 대표는 다음해인 2010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설립했다. 경업금지(경쟁업종을 하는 것을 금지) 기간이 끝난 2019년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을 세웠다.
이어, 그는 지난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점령하겠다는 목표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큐익스프레스 등 큐텐그룹 계열사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면서, 티몬·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위시 등을 차례대로 인수했다. 인수 당시에만 해도 이들은 이른 바 ‘구영배의 보석함’으로 불렸다.
하지만 2024년 8월 현재, 큐텐이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대표 계열사인 티몬·위메프는 현재 모두 파산을 목전에 두고 채권자들과 협의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 노선을 위해 새 주인을 찾는 데 나섰다.
사실상 큐텐그룹이 와해 수준에 이르렀지만 구 대표는 다른 대안으로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시킨 ‘K-커머스’(가칭) 공공플랫폼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고 미정산 판매자가 대주주인 공공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하면 판매자들은 물론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손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그가 정무위 정회 시간의 ‘판매자들을 주주로 두고 성공하고 싶다’는 발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대안이다.
일부 판매자들은 그가 실제로도 입점 판매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했다면 이러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의 채권 일부를 이 회사의 전환사채(CB)로 전환해 주주로 참여시키겠다는 것인데, 티몬·위메프가 실질적인 신뢰를 대중에게 잃은 만큼 누가 이를 이용하겠냐는 의구심에서다.
피로감을 느낀 대중들은 차갑게 돌아섰다. 해당 사태에 대한 관심도도 이번주 들어서면서 크게 줄어들었다. 환불 피해자들은 여전히 기습적으로 금융감독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중심으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구 대표 역시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고 각자도생에 돌입한 계열사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피해를 멈출 수 있을 때 멈춰서 정비하자”고 구 대표에게 말한 류광진·류화현 양사 대표들, 인터파크커머스 대표진 등과의 동상이몽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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