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스토리] “‘배민’이 국민 배달 해결했듯, ‘런드리고’가 집안 세탁기를 없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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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집안에 세탁기가 없는 그날까지!”를 외쳤던 ‘세탁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식주컴퍼니 ‘런드리고’가 해당 서비스를 론칭한 지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런드리고는 4개 스마트팩토리 거점으로 전국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고, 지난 3월 기준 누적 세탁량은 2000만장을 돌파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구독 서비스란 식음료나 잡지, 신문 등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런드리고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의식주’, 특히 ‘의’(衣)에서 구독이란 틀을 도입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 드라이 클리닝에 이어 생활빨래까지 영역을 넓히며 확장에 나섰다. 그 뒷배경엔 묵묵히 한 자리에서 노력한 조직이 있다. 바로 런드리고의 기술 조직이다.
장성재 런드리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세탁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니 어떤 점이 어려운 지도 다들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며 “런드리고에 세탁물을 맡기면 스마트팩토리에 잘 도착했는지, 세탁이 어떻게 진행되며 언제쯤 배송받아 볼 수 있을지 등 세탁 전반 과정에 대해 이용자에게 쉽게 잘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런드리고, 어떤 서비스길래 ‘구독’을 자신 있게 선보였을까…“AI도 적극 활용”=런드리고는 세탁소 마감 시간에 맞출 필요 없이, 배달원과 약속하는 번거로움 없이 문 앞에 내놓고 모바일로 수거 신청 버튼 클릭 한 번이면 한밤만에 깨끗해진 세탁물을 문 앞으로 배송해 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세탁소에만 맡겨야 하는 재킷 등 특수 의류뿐만 아니라, 세탁기로 쉽게 돌릴 수 있는 생활빨래까지 직접 도맡는다. 프리미엄 및 명품 세탁, 이불과 신발 세탁도 가능하다.
런드리고 이전 동네 세탁소를 대신해 모바일 앱으로 드라이 클리닝할 옷을 맡기는 서비스가 있긴 했다. 하지만 런드리고의 ‘세탁 구독’ 서비스는 단순 드라이 클리닝이 아닌, 세탁물 범위를 넓히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술 조직은 세탁물 범위 및 지역 서비스를 좀 더 효율적으로 넓히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앱 및 스마트팩토리에 접목시키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팩토리에 입고된 의류는 세탁물이 입고된 이후의 컨디션과 얼룩, 알맞은 세탁 방법과 고객 요청사항까지 꼼꼼하게 검수된다. RFID(무선 주파수 식별) 도입으로 스테이플러 자국까지 없애는 배려도 세심하게 넣었다. 이후 전문화된 영상 촬영 시스템을 활용해 세탁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인수증을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장성재 CTO는 “스마트팩토리 내 영상 촬영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사실상 런드리고가 유일할 것”이라며 “실제로 자체 개발한 이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세탁 과정 등을 상세히 알려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런드리고 차원에서도 이용자 데이터를 매핑시키는 점에서 유리하고 현재 어떤 옷이 입고됐는지 편하게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빨래더미가 있어도 인공지능(AI)이 있기에 척척 분류된다. 세탁물 입고검수 과정에선 입고 의류 자동 분류 시스템인 ‘AI스타일스캐너’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와이셔츠부터 바지, 원피스, 재킷, 패딩, 코트 등 스마트팩토리에 입고되는 모든 의류를 자동으로 촬영하고 품목을 인식해주는 AI 시스템이다.
장 CTO는 “와이셔츠부터 바지와 블라우스까지 모든 품목의 요금이 각각 다르게 매겨지는 만큼, 기본적으로는 사진 촬영한 부분을 AI로 활용해 자동으로 인식하게끔 하며 입고 세탁물의 90% 이상이 해당 시스템으로 품목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세탁물별 입고 소요시간을 최대 60% 이상 줄였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기술 조직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자율’과 ‘책임’”=약 20년 간 삼성전자, 네이버, SK플래닛 등에서 주요 실무를 맡으며 역량을 키운 장 CTO는 런드리고에 합류한 지 3년여가 지났다. 현재 약 30여명이 속한 서비스 기술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가 조직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키워드는 바로 자율과 책임이다. 개발자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또 어느 부분에서 힘들어하는지를 섬세하게 들어주면서도, 업무환경을 잘 맞춰주고 싶었던 욕심에서다. 이를테면, 개발자 역시 커리어에 있어 역량을 높이길 원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장 CTO는 이른 바 ‘네카라쿠배’ 같은 곳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런드리고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끔 환경적인 부분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이나 네이버, SK 등 대기업에서 온 이들도 있다 보니 런드리고 서비스 기술 조직은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일하기 좋은 곳”이라며 “특히 주니어 개발자들에게는 더없이 일하기 좋은 환경인데, 현재 본인 일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해주기 위해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런드리고는 현재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질의응답(Q&A)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각 이용자가 얼마만큼의 주기로 옷을 맡기고 있는지, 세탁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 등에 대한 질문을 남기면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초개인화된 답변을 자동으로 생성해 내놓는 식이다.
장 CTO는 이러한 시스템들을 기반으로, 기술이 주도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 CTO는 “세탁을 잘해야 하는 건 가장 기본”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기술적 과제들이 많은데, 수집된 데이터들을 통해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등 사업 고도화를 펼치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세탁하면 런드리고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기업으로 만드는 게 제 목표”라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제 ‘배달의민족’ 예를 드는데, 배달을 시킨다고 하면 다 배민 앱을 키는 것처럼 그렇게 알려진 서비스를 만드는데 기술적인 요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배달 서비스를 어떻게 구축했는지 여러 가지 기술·세미나 같은 것들도 펼치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것들이 ‘배달’이라고 하는 문제의 근간을 해결한 것처럼 런드리고 역시 기술이 명성에 뒷받침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런드리고는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장 CTO는 삼성전자 근무 당시 글로벌에서의 특허 분쟁을 많이 보고 경험했기에, 원활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글로벌에서의 세탁 관련 기술 특허를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CTO는 일본이 가장 먼저 글로벌 첫 진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CTO는 “최근 조성우 대표가 일본을 다녀왔는데, 각 가정에서 어떻게 세탁과 건조를 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더라”며 “일본은 특이하게도 사람이 있어야지만 배송품을 건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 아마도 글로벌 진출이 이뤄진다면 현지화로 맞춰 대면 서비스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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