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리그 45] 지식재산권금융 : 여러분의 특허권·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법무법인 민후 류시영 변호사]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필요하다. 기업인은 회사운영을 위한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금융조달행위를 실시한다. 이러한 회사운영을 위한 금융조달방법 중 하나로 ‘지식재산권금융’이 있다.
지식재산권금융은 IP금융이라고도 하는데, 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이용하여 사업을 시행하고, 사업수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련의 금융활동을 의미한다. 지식재산권금융의 금융기법은 크게 투자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지분투자형 자금조달방식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거나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부채 중심의 자금조달방식으로 구분된다.
부채 중심의 자금조달방식 중 하나의 방법은, 특허권이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삼아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식재산권담보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전당포에 금반지를 담보로 하여 돈을 빌리듯이,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담보로 삼아 대출을 받는 방법이다. 이와 같이 담보약정에 따라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설정한 담보권을 ‘지식재산권담보권’이라 한다.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자신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이용하여 자금조달을 하려는 시도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담보권을 이용할 경우 자금을 대출하더라도 경영권이 희석되지 않으며,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부동산 등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특허권이나 저작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체재산권을 통해 새로운 담보대출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기본법」을 제정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식재산에 대한 투자·융자·신탁·보증·보험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여야 할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지식재산 기본법 제2조, 제4조, 제8조, 제25조 등).
그런데 회사가 지식재산권금융을 통해 기업운영을 위한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회사가 보유한 특허권·저작권 등의 경제적 가치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높다고 할 것이며, 금융기관이나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그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높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을 것이다.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정확하게 책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예를 들어 만약 여러분이 KF94 마스크에 대한 특허권 및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여러분의 위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시기에 따라 극심하게 상이할 것이다.
COVID-19 바이러스가 발발하기 전 KF94 마스크는 황사마스크 등으로서 주로 기능했다. 그러나 황사는 봄철 등 일정한 계절에만 발생했고,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질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KF94 등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아픈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통용적이었다.
그러던 중 COVID-19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마스크의 지식재산권 가치는 상당히 높아졌다. 전 세계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마스크 없이는 외출도 엄격하게 제한되기도 했다. 당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스크와 관련된 사업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대거 늘었고, 마스크를 제작할 수 있는 특허권이나 마스크 디자인과 관련된 권리 등의 가치는 매우 높아졌었다. 그러다 지금은 COVID-19의 심각성이 줄어들면서 마스크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등 COVID-19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할 때 마스크관련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낮지 않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만약 여러분이 COVID-19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KF94 마스크관련 지식재산권의 가치에 대하여 담보를 설정했다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돈은 COVID-19가 발발하기 전과 대조할 때 훨씬 큰 액수일 것임은 당연하다. 결국 여러분이 위 지식재산권에 대한 담보를 통한 대출을 어느 시점에 실시하는지에 따라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히 책정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위 이유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만으로도 그 가치가 매우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해 현실적으로 정확한 가치를 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1999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기술담보가치평가증서를 기초로 가치를 평가하여 직접 대출을 실시한 바 있고, 2006년 한국사업은행은 특허청의 가치평가수수료 지원프로그램과 연계하여 한 가치평가 결과에 따라 특허권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했다. 그러나 당시 담보로 제공된 특허권을 매각할 수 있는 회수시장이 없고, 당시 금융기관은 지식재산권에 대해 담보를 설정하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상당히 낮게 산정되었다.
그러던 2013년, 특허청과 한국산업은행이 업무협약을 맺고, 담보특허권매각을 위해 회수지원펀드와 회수지원기구를 구성하는 새로운 구조로 기존의 회수시장 부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지식재산권담보대출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에는 금융위원회와 특허청이 발표한 지식재산(IP)금융 활성화 종합대책에 따라, 특허청·금융권 사이 업무협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전체 은행권에서 IP담보대출상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여, 국내 IP금융 규모를 2022년까지 2조원 수준으로 확대하면서,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지식재산에 대한 평가는 회계정보 제공을 위한 무형자산의 평가, 지식재산권의 이전 및 매매, 지식재산권의 담보설정과 투자유치, 기업의 파산 또는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평가, 기업 자체의 경영전략 수립을 위한 평가,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인한 소송에서의 평가 및 지식재산의 처분 등에 따른 조세문제, 특례상장 등을 위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법률·경제·금융·회계·투자 등 다양한 학문에서 가치책정을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식재산권의 가치평가에 대한 연구들을 크게 분류하자면 “특허권이 기업가치 및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 “특허권의 가치평가 ‘요소’에 관한 연구” 및 “특허가치평가 ‘방법’과 관련된 연구”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특허권의 가치평가 ‘요소’에 대한 연구는 Harhoff 등이 한 실증연구가 대표적인데, 6가지 특허가치 지표를 사용하여 특허문헌 인용 수가 특허의 가치와 긍정적인 관련성이 있고, 이의신청 및 무효 절차에서 유지된 특허 및 국제 패밀리 수가 특허일수록 그 가치가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허권의 가치평가 ‘방법’에 관한 연구는 수익접근법, 비용접근법, 소득접근법 등과 관련하여 회계학 및 재무 분야의 관련 기법들을 활용하여 연구된다. Luehman은 불확실성이 높게 내재된 정보기술투자계획을 평가하기 위해 DCF법과 실물옵션에 의한 가치를 비교·분석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지식재산권 가치평가 연구들을 참고하여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여 지식재산권금융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기본법」 제27조에 따라, 정부에게 지식재산 가치의 평가기법 및 평가 체계를 확립할 의무를 부여하여, 위 체계가 지식재산 관련 거래·금융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판단할 때, 정부 차원에서 지식재산권 가치평가가 실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지식재산권 관련 법적분쟁이 발생된 경우, 법원은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우리 대법원은, 지식재산권 가치평가와 관련하여, 특정 회계법인이 실시한 지식재산권 가치평가의 결과도출이 위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거나 부당한 개입 등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다른 회계법인에서 산정한 가치평가액보다 적은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유효한 가치평가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6. 10. 27.선고 2014다87120 판결 등).
한편, 우리 법령에서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침해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금의 액수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일정한 규정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지식재산권인 특허권과 저작권에 대한 침해를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특허법」에서는 특허권을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액이나 그 특허발명 실시에 대해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 등을 손해배상액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특허법」 제128조).
「저작권법」 또한, 저작권을 침해한 자가 그 침해행위로 얻은 이익액이나 저작권자가 저작권의 행사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수를 손해배상액으로 하고 있고, 다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면 법원이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6조). 이와 함께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각 저작물등마다 1천만원(영리를 목적으로 고의로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5천만 원) 이하의 범위에서 상당한 금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저작권법」 제125조의2).
「특허법」과 「저작권법」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개별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결국 우리 입법자들은 지식재산권 침해로 인해 발생된 손해액에 대해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을 뿐, 침해된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규정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 법원 또한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하여 해당 지식재산권을 통해 현재 발생한 이익이나 손해를 기초로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간접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뿐, 지식재산권의 미래가치까지 반영한 판단기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및 사법부 또한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식재산권은 가치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매우 많고, 또한, 서로 동일한 지식재산이 하나도 없으므로 비교 및 대조를 기반으로 하는 가격책정이 어려우며, 지식재산권 판매와 관련된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이 향후 어떠한 효용을 가질지에 대한 추측을 기반으로 가치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치평가를 위한 일반적인 기준점을 명문화하여 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들을 기반으로, 본 주제를 다시 살펴보자. 결국 여러분의 특허권이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는 시장에서 책정되는 가격만으로 산정할 수는 없거니와, 그렇게 산정될 경우 지식재산권의 미래 효용성에 대한 판단이 배제되므로 그 가치가 낮게 측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린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많은 금융기관들은 지식재산권만을 담보로 하지 않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등 유형자산과 함께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설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행 체계 하에서,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각 지식재산권마다 개별적인 판단을 통해 이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말해 지식재산권담보권자와 담보권설정자의 금액적 합의를 통해 형성되는 형태로 판단된다. 또한, 지식재산권자와 지식재산권침해자 사이에 발생한 손해배상 문제의 경우 사실상 지식재산권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인지 직접 입증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늘날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여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지식재산권금융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책정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금융위원회와 특허청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법원 또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분쟁을 다루면서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회계법인에 감정을 맡기거나 지식재산권자에게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직접 입증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법원 자체적으로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최소한 가치책정을 위해 개별적인 사안에 대하여 여러 소송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상에서 담보물의 경제적 가치평가와 채무불이행시 채권회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담보금융과 대조하여, 무체재산권인 지식재산권은 그 특성상 담보물로서의 가치평가 및 가치유지에 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담보대출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의 수단이 되는 담보유형을 지식재산권으로도 확장한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으나,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의 변동성을 최소화하지 않는 한, 여전히 지식재산권 자산의 금융적 활용영역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다만, 법제 및 정책적으로 지식재산권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분의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는 더 이상 평가절하되지 않고, 점차 본래의 가치를 찾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류시영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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