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리그 43] 최신 대법원 판례로 보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 스마트폰이 보편화 된 오늘날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증거마련의 방편으로 이용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고, 그 빈번한 만큼이나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느냐는 물음도 굉장히 많아졌다. 한편 최근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발언을 부모가 몰래 녹음한 사건에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 판례도 선고되었으므로(대법원 2020도1538), 이를 소개하며 아울러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쟁점의 이해를 위해 알아두면 좋을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의 관련 규정과 민·형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차이점 두 가지라 할 것이므로, 먼저 이를 설명한다.
통비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14조 제2항 및 제4조는 "제14조 제1항을 위반한 녹음에 의하여 취득한 대화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비법 관련 규정에 의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금지되며, 이로 취득한 녹음파일 등의 대화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한편 형사소송에서 증거는 증거능력을 갖춰야만 증거가 될 수 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 전문증거 등은 증거능력이 없어 애초 증거가 될 수 없다.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의 제한이 없다.
위와 같은 전제에 따라 유형별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확인해본다.
먼저 ① 녹음파일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대상으로 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통비법 관련규정에 의하여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통비법은 재판의 종류를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여기의 재판에는 형사재판은 물론 민사재판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녹음파일'은 형사소송은 물론 민사소송을 포함한 재판 어디에서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공개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타인 간의 대화라 함은 대화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최근 피해아동의 부모가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수업시간 중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에서의 대법원 판단을 소개한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대법원은 먼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의 의미에 관하여,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원칙을 설시한 후, 이 사건에 있어서는,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므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보았고,
'타인 간'의 의미에 관하여 피해아동의 연령, 피해아동의 부모가 피해아동의 친권자, 법정대리인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아동이 아닌 그 부모는 피해아동과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에 해당하므로,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녹음한 피고인 교사의 발언 녹취파일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 모두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인데, 이는 원심과는 다른 결론이다.
② 다음으로 통비법 관련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녹음파일의 경우로서 형사사건의 경우를 본다. 통비법 관련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는 증거능력을 모두 만족해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제310조의2의 전문법칙이 대표적이다.
먼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하여 보면, 사인의 녹음파일 작성과정에 불법성이 개입된 경우 이 법칙에 따라 녹음파일이 증거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어느 경우에 증거능력을 상실하는지는 형사절차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결정한다.
최근 대법원은 선거인 매수 등의 방법으로 공공단체등위탁선거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공소외인이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조작해 피고인의 전화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되도록 하였고,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녹음파일이 수사기관의 적법한 압수수색에 따른 분석 중 우연히 발견된 경우에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으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1도2299 판결).
대법원은 『법원이 비교형량을 할 때에는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증거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 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증거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그러한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비교형량의 기준을 판시한 후, 피고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과 범죄의 중대성 등의 공익을 여러 전후사정을 근거로 비교형량하여 해당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녹음파일이 진술자의 진술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은 진술증거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전문법칙의 요건도 만족해야 증거능력이 있을 것이다.
대법원도 『피고인과 상대방 사이의 대화 내용에 관한 녹취서가 공소사실의 증거로 제출되어 녹취서의 기재 내용과 녹음테이프의 녹음 내용이 동일한지에 대하여 법원이 검증을 실시한 경우에,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대화 내용 자체이고, 그 중 피고인의 진술 내용은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름없어, 피고인이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인 상대방의 진술에 의하여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되고 나아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 등 전자매체는 성질상 작성자나 진술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녹음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대화 내용을 녹음한 원본이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 한다.』며 전문법칙의 요건을 갖추어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음을 설시하였다.
이처럼 형사소송에 있어서는, 통비법 관련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녹음파일이라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그것을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이다.
③ 마지막으로 통비법 관련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녹음파일의 경우로서 민사사건의 경우를 본다.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통비법 관련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녹음파일이라면 만사소송에서 증거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어서 증거로 쓸 수 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녹음파일이 모든 면에서 '합법'이라는 점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녹음 전후 경위의 불법성에 따라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부담할 수 있다.
정리하면 ① 통비법 관련규정에 해당하는 녹음파일은 재판에서 일체 증거로 쓸 수 없고, 통비법 관련규정에 해당하는 녹음파일이 아닌 경우에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나누어 보아야 하는데 ② 형사소송에서 증거로 쓰이기 위해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나 전문법칙과 같은 증거능력 관련 규정들을 만족해야 하며, ③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사용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원준성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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