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서 재검토’…카카오모빌리티 쇄신 카드가 불러올 변화는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수년째 이어진 플랫폼 택시 수수료 문제와 독과점 논란 등으로 최근 대통령 공개 질타까지 받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단체들과 두 차례에 걸친 간담회 끝에 두 가지 쇄신안을 내놓았다.
바로 ‘수수료 3% 이하 신규 가맹상품 추진’과 ‘배차 알고리즘 단순화’다. 일부 택시단체가 예고한 ‘택시산업발전협의회(가칭)’는 확정된 바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단체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취지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한 대신, 미래 사업 등 투자와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 측면에선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관에서 택시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이어 경기도 성남시 한 호텔에서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업계 대표(한국개인택시티블루협의회)와 함께 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첫 번째 회의가 오후 2시쯤 시작해 장소를 옮긴 두 번째 회의가 마무리되기까지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그만큼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단체 간 열띤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오후 9시를 넘긴 시간에 알림자료를 내고 현장에서 논의된 서비스 개편 방향성을 발표했다.
◆수수료 ‘3% 이하’ 신규 가맹상품 출시…공정배차 위한 알고리즘 개선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9년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를 선보인 후 약 3~5% 수준 실질 수수료율을 4년여간 이어오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우티(2.5%)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실제 글로벌 시장 동향을 보면 우버는 시기에 따라 15~28%, 그랩은 20%를 수수료율로 정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율 부담에 대한 택시업계 목소리가 꾸준한 만큼, 가맹택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새로운 가맹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택시업계 요구를 반영하되, 5만명 이상 택시기사가 참여 중인 기존 가맹 시스템 체계를 일괄 변경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고려한 조정안이다.
연내에 마련할 신규 가맹 서비스 상품 안은 택시기사들이 지불할 계속 가맹금(가맹 수수료)을 3% 이하로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회사는 기존 가맹택시 참여자들에게도 해당 안에 대한 전환 선택권을 보장할 방침이다.
아울러 택시기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계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 새로운 택시 매칭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한다. 복잡한 매칭 알고리즘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목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연말까지 각 이해관계자와 활발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업계와의 상생협의체로 알려진 ‘택시산업발전협의회(가칭)’에 대해선 출범 여부 등 구체적인 것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여러 어려움 예상되나 택시업계 의견 우선 반영하겠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관련해 영향을 받을 사업 내용들에 대해서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먼저 수수료 3% 이하 가맹택시 서비스 경우, 계약 구조부터 실질 수수료율 등은 차차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로서 분명한 건 기존 가맹 사업자들까지 향후 이 상품으로 몰리게 되면 회사 부담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에 가맹 회원사들 기사-차량-운행에 대한 모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 및 비용에 대한 ‘재무 회계 시스템’, 하드웨어 유지 보수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따른 사용 비용’, ‘기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 및 운영 비용’ 일체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신규 가맹상품으로 수수료율을 3% 이하로 감행하게 되면, 아무래도 가맹점에 제공하던 관제나 인프라 부분에 있어선 이전 수준 대비 커버리지가 동일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데 연구개발(R&D)이나 기술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매출 감소 전망에 따른 서비스 혜택 변동성을 암시한 셈이다.
회사는 현행 가맹택시 시스템뿐만 아니라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서비스에도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을 별개로 둔다.
먼저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의 가맹본부 역할을 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이 가맹 서비스를 가맹회원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운행 매출의 20%를 계속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 가맹회원사 중 업무 제휴 계약을 맺은 사업자로부터 차량 운행 데이터와 광고·마케팅 참여 등 지원을 제공받고 그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업무 제휴 계약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 등은 가맹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개발이나 바이크 배치 입지 선정 등 별개 사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회사는 가맹택시 사업자들에 데이터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지불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사업이 이중계약 구조일 수밖에 없는 근거로 가맹택시 운행 데이터를 미래 사업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데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이 부분이 달라진다면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에서도 영향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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