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AMD가 ‘빅딜’을 성사시켰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전문업체 자일링스를 품었다. 인텔과 중앙처리장치(CPU)에 이어 FPGA 전쟁을 예고했다.
◆AMD-자일링스 “뭉쳐야 산다”=27일(현지시각) AMD는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39조427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는 모두 주식교부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일링스 주주들은 자일링스 주식 1주당 1.7234주의 AMD 주식을 받는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합병 기업의 CEO를 맡는다. 빅터 펭 자일링스 CEO는 자일링스 사업과 전략 성장을 총괄할 예정이다.
리사 수 CEO는 “자일링스 인수는 AMD를 업계의 고성능 컴퓨팅 리더로 만들 것”이라며 “AMD와 자일링스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창출할 매력적인 조합”이라고 말했다.
빅터 펭 CEO는 “AMD 제품군에 합류해 기쁘다. 양사는 고성능 및 적응형 컴퓨팅의 새로운 시도를 이끌 것”이라면서 “자일링스의 FPGA, 가속기 등이 AMD와 함께하면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MD vs 인텔’ CPU·FPGA 동시 경쟁=이번 인수로 AMD와 인텔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CPU 분야 1~2위 업체다. 여전히 인텔이 압도적이지만 AMD가 PC용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고 서버용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3분기 실적에서도 이같은 양상이 드러났다. AMD의 서버 관련 사업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뛰었다.
이제는 FPGA로 전장을 확대한다. FPGA는 사용자가 용도에 맞게 회로를 여러 차례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다. 서버 분야에서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인텔은 FPGA 제조업체 알테라를 160억달러(약 19조36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FPGA 시장 2위로 올라섰다. 관련 시장점유율은 자일링스 약 60%, 인텔 약 30% 정도로 알려졌다. 주요국 승인을 통과하면 AMD가 자일링스를 등에 업고 FPGA 1위 업체로 등극하게 된다.
◆서버 노리는 AMD의 승부수 통할까?=AMD는 ‘에픽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통해 서버 시장을 공략해왔다. 시장 특성상 고객사가 기존 제품 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CPU 및 GPU 교체 시 많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그동안 인텔과 엔비디아가 지위를 누려온 이유다.
AMD가 FPGA 업계를 장악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일링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텔레콤, 히타치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FPGA와 주문형반도체(ASIC)을 합친 적응형 컴퓨티 가속화 플랫폼(ACAP)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GPU보다 빠르고 뛰어난 적응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서버 고객사의 관심을 끌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AMD의 자일링스 인수가 완료되면 통신, 방위 산업 등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인텔과의 정면 승부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