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시스템반도체는 굳건했다. 반도체 불황에도 TSMC의 대만, 인텔의 북미는 장비 매출액이 급증했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한국, 키옥시아의 일본은 역성장했다.
16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598억달러(약 73조3985억원)다. 전년대비 7% 하락했다. 반도체 시장이 부진한 탓이다.
업계 전반이 침체했지만, 국가별 성적표는 사뭇 달랐다. 차이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특성에서 나타났다. D램과 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는 업황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시스템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상대적으로 기복이 덜 하다.
대만은 지난해 171억2000만달러를 기록, 지난 2018년(101억7000만달러)대비 68% 성장했다. 순위는 3위에서 1위로 올랐다. TSMC, 난야테크놀로지 등 대만 업체들이 가장 많은 장비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대만은 지난해 반도체 재료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켰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로,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지난해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7나노미터(nm) 공정이 안착한 덕분이다. 이달에는 5나노 라인이 가동된다. 최근 애플로부터 아이폰12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4바이오닉’ 추가 주문도 받았다.
중국은 장비 매출액 134억5000만달러로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전년(131억1000만달러)대비 3% 증가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업황과 무관하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28단 낸드플래시 성능 테스트를 마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D램 판매 개시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파운드리 TOP5 SMIC 등이 이끌고 있다.
한국은 대만과 자리를 바꿨다. 메모리 호황이던 2018년에는 177억1000만달러로 1위였다. 지난해는 시장 악화로 투자가 급감, 9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44% 줄어든 수준이다.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두 회사는 메모리 1~2위 업체다. 양사는 시스템반도체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메모리 사업이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북미도 대만과 비슷한 맥락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81억5000만달러를 달성, 4위로 올라섰다. 전년(58억3000만달러)보다 40% 증가다. 북미는 인텔, 마이크론 등이 글로벌 기업이다.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과 달리,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위주의 시스템반도체 회사다. 인텔의 존재는 북미 상승세를 이끌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흐름이다. 지난 2018년 94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62억7000만달러로 34% 하락했다. 일본에는 낸드 주력인 키옥시아가 있다. 메모리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는 품목이 많지 않아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시스템반도체는 반대”라며 “올해는 D램, 낸드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관련 업체들의 반등이 기대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