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AI 훈풍에도 'HBM 못 판' 삼성전자 반도체…1분기 성적표 '제자리걸음' [소부장반차장]

배태용 기자

기대 모은 HBM3E, 수출 통제·수요 이연에 판매 감소

메모리·낸드 반등 조짐에도 고부가 전환 효과는 제한

"2분기부터 회복 본격화"…하반기 반전 시동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 확대는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했다. HBM3E 개선 제품 출시는 아직 초기 단계, 오히려 수출 통제와 고객사의 수요 이연으로 전 분기 대비 판매가 감소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자리 잡았다.

30일 삼성전자는 2025년 1분기 실적을 발표, 반도체(DS⋅Device Solutions) 부문에서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메모리 수요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은 개선됐으나, 전체적인 반도체 시장 환경과 주요 제품 수출 규제 등으로 본격적인 실적 반등 흐름은 제한됐다.

메모리 부문은 서버용 D램 판매 확대로 비트 출하량이 가이던스를 웃돌았고, 낸드도 시장 내 저점 인식으로 구매 수요가 발생하면서 출하가 늘었다. 하지만 HBM은 AI 반도체 수출 통제와 더불어, HBM3E 신제품을 기다리는 수요가 반영되며 오히려 판매가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은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 기여가 확대될 것"이라며, 1분기가 사실상 HBM 판매의 저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는 서버용 SSD 수요 부진과 업계의 공급 쏠림 현상으로 가격 하락 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서버향 SSD 비중이 높아 ASP가 전 분기 대비 10% 중반 하락했다"라며 "다만 예상보다 수요 환경이 개선돼 출하량은 가이던스를 소폭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LSI는 고화소 이미지센서 공급이 확대되며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 고객 재고 조정, 선단 공정 매출 시점 지연 등의 영향으로 역성장했다. 하지만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과 4나노 고성능 제품군 수주 확대 등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AI 서버와 온디바이스 AI 트렌드 확산이 메모리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BM3E 12단 제품과 128GB 이상 DDR5 제품 확대에 나서고, LPDDR5X 등 고성능 모바일 메모리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낸드는 PCIe 5.0 SSD와 고성능 모바일 UFS 시장을 공략하며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는 2나노 1세대 GAA(Gate-All-Around) 공정을 2분기부터 양산에 투입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고객사 매출로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2세대 2나노, 성능, 전력 최적화된 4나노 공정도 병행 개발 중이며, HPC와 오토 분야의 대형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HBM3E 이후 제품군과 향후 수익성 개선 계획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은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마친 상태로, 2분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기여가 기대된다"라며 "1분기 HBM 판매량은 저점이며,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4와 관련해서는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하반기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며, 커스텀 HBM4 과제도 일부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면서 "일부 과제는 2026년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스텀 HBM은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고부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상호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주요 제품이 현재 관세 유예 대상이지만, 품목별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상황 변화에 주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DS 부문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대응안을 준비 중이며, 필요시 글로벌 생산 거점과 고객사 대응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사업 수익성 악화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객사의 수요 부진으로 가동률이 하락해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다"라며 "하반기에는 선단 공정 본격 양산과 가동률 회복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R&D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기술 투자 지속과 미래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1분기 시설 투자는 전 분기 대비 5조8000억원 감소한 12조원으로 집행됐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이 10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메모리는 수급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했으며, 파운드리는 기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둔 전략으로 투자 규모를 조절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역 분쟁과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2분기와 하반기 시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면서도, "HBM 등 고부가 제품과 첨단 공정 대응으로 반등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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