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분기 희비 갈린 'K-메모리'…SK하이닉스 '훨훨'[소부장반차장]

배태용 기자

HBM3E 앞세운 SK하이닉스, 어닝서프라이즈로 승기

삼성전자, HBM 판매 부진에 '기대 이하'

양사 모두 HBM4·DDR5 등 고부가 집중 전략 이어가

SK하이닉스. / 사진 = 배태용 기자
SK하이닉스. / 사진 = 배태용 기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AI 수요 확산이라는 메모리 시장의 호재 속에서도, 국내 대표 메모리 양대산맥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 급증에 힘입어 1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HBM3E 제품의 수요 이연과 수출 통제의 영향으로 기대했던 고부가 수익 확대를 이루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42%에 달하며, 전분기에 이어 또 한 번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증권가 평균 컨센서스(6조5929억원)를 8500억원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30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반도체(DS) 부문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실적은 소폭 개선됐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HBM 중심의 고부가 이익 확대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HBM3E 개선 제품의 판매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고수익 제품군의 실적 반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에서 HBM이 실질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회사는 “2분기부터 전체 HBM3E 출하량 중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이 될 것”이라며 고부가 제품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HBM4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고, 올해 안에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여기에 DDR5, 소캠(SoCAMM), LPCAMM2 등 AI 전용 신제품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PC, AI 서버 전용 저전력 고성능 메모리 제품군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또한, 용인 M15X, 청주 신규 라인 등 인프라 투자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도 "HBM은 고객과 1년 단위 계약 구조라 출하에 영향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HBM 수출 통제와 함께, 고객사들이 HBM3E 개선 제품을 기다리며 구매 시점을 늦춘 탓에 1분기 HBM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은 2분기부터 본격 매출 기여가 기대되며, 1분기가 사실상 저점"이라고 강조했다. HBM4 및 커스텀 제품도 개발 중이며, 일부 고객과의 협업 과제는 2026년부터 매출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여전히 체질 개선 과정에 있다. 시스템LSI는 고화소 이미지센서 공급 확대를 통해 실적을 소폭 개선했지만,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 선단공정 매출 시점 지연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실적 반등에 한계가 있었다. 다만 2나노 GAA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4나노 성능, 전력 최적화 공정 수주 확대를 통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여지를 남겼다.

재무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현금성 자산은 1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증가했고, 차입금 비율도 30% 아래로 유지됐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거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1분기 R&D 비용으로만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를 집행하며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1분기 시설 투자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1분기 총 12조원을 집행했으며, 이 중 반도체 부문이 10조9000억원에 달했다. 전 분기(16조원)와 비교해선 5조1000억원이 줄었으나 전년 같은 분기(9조7000억원)와 비교하면 1조2000억원 증가했다. 메모리는 수급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파운드리는 기존 라인 전환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 보다 소폭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적 반영의 속도와 시점에서 명확한 차이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가 실제 고객 수요를 선제적으로 끌어안으며 실적 개선을 실현한 반면, 삼성전자는 '기술 준비는 끝났지만 타이밍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고객과의 수요 타이밍 조율이 핵심인데, 하이닉스는 이를 정확히 맞춘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본격적인 수익 반영이 늦어지고 있다"라며 "2분기부터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현재 기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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