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기가 CES 2025에서 신사업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고체 배터리,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 AI 서버용 실리콘 캐패시터 등 미래 산업의 중심을 이루는 부품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는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AI, 전장, 에너지, 로봇 분야는 삼성전기가 부품·소재 기술을 통해 도전할 미래 산업"이라며 “기술력과 공급망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산업이 모바일 중심의 'IT 플랫폼 1.0' 시대를 지나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주도하는 'IT 플랫폼 2.0' 시대로 전환됐다고 진단하며, 삼성전기가 AI, 전장, 에너지,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전지 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재료의 안정성이 높은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소형 IT 기기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합한 전지를 구현했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의 전고체 전지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용량 특성을 확보했다"라며, "올해 양산 설비 투자를 통해 시제품을 공급하고 2026년부터 적용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서버 및 AI 컴퓨팅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를 줄이고 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며, 고온과 고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으며, 올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와 AI 서버용 제품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플라스틱과 유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렌즈를 차량용 카메라에 적용해 전장 카메라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렌즈는 고온과 흠집에 강하며 소형화와 경량화에도 유리하다. 올해 SVM(서라운드 뷰 모니터링)과 DMS(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대량 생산하며, 전장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리기판 사업에도 힘을 싣는다. 삼성전기는 플라스틱 대신 유리 재질을 활용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개발하고 있다. 글라스 기판은 온도 변화에 따른 변형이 적고 신호 특성이 뛰어나 AI 가속기, 서버 CPU 등 하이엔드 제품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외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와 연료전지(SOFC) 기술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SOEC는 700℃ 이상의 고온에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며, SOFC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장덕현 사장은 "2025년까지 SOEC 셀 기술을 확보하고 2027년 이후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LCC, 패키지 기판, 카메라 모듈 등 삼성전기의 기존 기술 역량을 접목해 로봇의 데이터 처리와 센싱, 구동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장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사업 상황들도 귀띔해줬다. 먼저 멕시코 투자에 관해서 장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멕시코 공장 투자가 현재 홀드된 상황임을 언급했다.

그는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제3의 공급망 위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장, AI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삼성전기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그는 "AI와 전장 관련 산업은 앞으로도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삼성전기는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