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우디 합작법인 세우는 안랩, 숙원사업 '중동 공략' 시작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안랩이 보안 업계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중동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과 현지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방식으로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 그동안은 중동 파트너사를 통해 고객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직접 현장 부딪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버 보안 및 클라우드 공급 국영기업 '사이트(SITE·Saudi Information Technology Company)'와 JV 설립 계약을 체결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1일 밝혔다. 법인은 올 상반기 설립이 완료될 전망이다.
사우디 현지에서 든든한 아군을 확보한 셈이다. 양사는 공동 출자(안랩 25%·사이트 75%) 형태로 법인 설립을 끝낼 예정이다.
2017년 출범한 사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이다. 특히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통합, 인적 자본 개발과 같이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입지를 확대했다. 주요 중동 매체에 따르면 사이트는 지난해 7월 포타닉스와 데이터 보안 플랫폼 분야에서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확장 탐지 및 대응(XDR) 영역에서도 파트너십을 늘리고 있다.
이번에 안랩과 손을 잡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안랩은 사이트와 세운 JV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공공기관과 기업에 자사 XDR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클라우드·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형 보안 위협 분석 플랫폼인 '안랩 XDR'이 주 역할을 해낼 전망이다.
그동안 안랩은 중동 지역 파트너사를 통해 중동 고객사와 접촉하는 방식으로 현지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번 JV가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안랩 측은 "지난해 3월부터 사이트와 다양한 사이버 보안 기술과 솔루션을 사우디 현지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JV가 설립된 직후 사우디 및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해당 사업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며 "(사우디의 경우) 생성형 AI를 활용한 보안 운영 효율화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관련 협업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은 국내 보안업계가 진출하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무함마드 사우디라아비아 빈살만 왕세자가 석유 수출에 의존하던 과거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비전2030'을 추진하면서, 스마트 시티에 필요한 보안 솔루션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보안 상장사 주식이 중동 섹터로 묶이는 경우가 많은 원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중동 시장은 말처럼 뚫기 쉬운 곳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중동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경쟁 기업이 많을 뿐만 아니라, 현지 비즈니스 문화를 습득해 해외 사업부에 적용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지 사업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사업을 접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일단 안랩은 JV 설립으로 현지 진출에 시동을 건 만큼, 성과를 내고 돌아온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과거 해외 진출을 추진했던 노하우가 자양분이 될 지도 관심사다. 안랩 측은 추후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면 세부 내용을 밝히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양사는 공동 사업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100% 자회사 '사이트 벤처스(SITE Ventures)'가 안랩 지분 10%를 인수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인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추진된다. 투자금은 약 744억원, 납입 예정일은 6월27일이다. 관련 내용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돼 있다.
안랩은 이번 지분 인수로 사이트가 중동 지역에 사이버 보안 기술을 보급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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