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지난해 금융투자로 함박웃음…안랩 '수익 통로' 다각화?

김보민 기자
[ⓒ 안랩]
[ⓒ 안랩]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안랩이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당기순이익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연간 집행한 금융투자가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등 핵심 먹거리를 겨냥해 보안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수익을 낼 창구를 다각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랩은 지난 20일 사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달 28일 판교 사옥에서 제2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별도 공시했다.

사업보고서(연결 포괄손익계산서 기준)를 살펴보면 안랩은 지난해 수익(매출액) 2392억원과 영업이익 2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상승,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 등 자회사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진 것이 영업이익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간 성과에서 두드러지는 항목은 당기순이익이다. 안랩은 지난해 347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직전 연도와 비교했을 때 약 145% 증가한 수준이다. 당시 안랩의 당기순이익은 142억원에 불과했다.

안랩 측은 금융수익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안랩은 지난해 140억원에 달하는 금융수익을 올렸다. 전년도 금융수익이 약 53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 배가량 규모가 커진 셈이다.

금융수익은 기업이 금융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기타 수익으로 분류되지 않은 부분을 뜻한다. 쉽게 말해 보안 사업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안랩이 금융투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유효이자율법에 따라 일부 금융자산 이자 수익 또한 금융수익에 포함이 될 수 있다.

안랩 측은 "금융수익이 당기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 맞다"라며 "미 증시 상승세 등으로 투자 중인 금융상품의 평가이익이 전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원가의 경우 2022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안랩은 "2022년 평가손실이 컸던 금융상품의 주가 상승이 지난해 평가이익으로 반영돼 금융 비용이 감소했다"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거시경제가 악화되면서 사업 전반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안랩이 금융투자 및 수익으로 이를 보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채와 자산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 속에서는 더더욱 금융수익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보안 기업들의 경우 해외 진출에 성공하거나 차별화된 보안 솔루션 및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는 이상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보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제품 판매와 컨설팅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안랩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에게 금융투자는 낯선 요인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가 연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를 하듯 기업 또한 자금 운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금융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안랩 측은 금융수익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발생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 운영 지속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본 사업 역량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금융투자로 인해 부족한 자금 곳간을 메꾸는 것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문어다리처럼 확장하기 어려운 영업구조를 갖춘 기업일수록 금융투자에 희망을 거는 경우가 많다"라며 "금융수익을 안전장치로 갖되, 사업 측면에서도 숫자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안랩은 클라우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클라우드 전환과 같은 흐름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만큼 해당 분야에 특화된 보안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클라우드 워크로드 보안 플랫폼 '안랩 CPP',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안랩 클라우드'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안랩은 이달 공시를 통해 150억원 규모로 '클라우드메이트'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공공, 핀테크 분야를 넘어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클라우드 거점을 확장한다는 취지다. 보안 시장 안팎에서는 안랩이 아닌 다른 기업 또한 클라우드메이트 인수에 군침을 흘렸다는 후문이 나온다. 클라우드메이트는 다음 달 안랩 자회사로 정식 편입될 전망이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