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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결산/게임] 게임업계 기나긴 보릿고개… 새 먹거리 어디 없나

문대찬 기자

[ⓒ넥슨]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역대급 호황을 누린 게임업계는 올해 전반의 성장세가 뒷걸음질했다. 달라진 이용자 요구에 발맞춰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을 개척한 게임사는 곳간을 넉넉히 불린 반면, 과거를 답습한 곳은 된서리를 맞았다. 예상 밖의 부침에 빠진 게임사들은 뒤늦게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면서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이다.

◆찬바람 부는 게임업계…넥슨만 나홀로 신바람=연초부터 시작된 게임업계 보릿고개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2K(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체제 균형도 무너트렸다. 장르‧플랫폼 다변화에 성공한 넥슨이 멀찍이 앞서나가고, 4곳은 중견 게임사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넥슨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3조394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총 매출에 육박한다. 게임업계 최초 4조원 돌파도 목전이다. 누적 영업이익 역시 1조1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성장했다.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FC온라인’ 등 기존작의 견조한 성과와 더불어 올 상반기 출시한 자체 지식재산(IP)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한 영향이다.

이중 넥슨이 지난 6월 내놓은 PC 해양어드벤처게임 ‘데이브더다이버(이하 데이브)’는 국산 싱글 패키지 게임 최초로 누적 판매 200만장을 달성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주류가 아닌 장르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넥슨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도 시사한 바가 컸다.

반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를 포함한 4곳은 기존작의 매출 하향과 신작 부재로 부침에 빠졌다. 이들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약 7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감소했다.

‘리니지’ 시리즈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주름잡았던 엔씨는 올해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3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4% 감소하며 역성장이 두드러졌다.

현재로선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 엔씨는 지난 7일 PC‧콘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작 ‘쓰론앤리버티(TL)’를 출시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라 고심이 깊다.

넷마블은 7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지면서 3분기 누적 영업 손실 873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3분기 출시한 신작 2종 흥행과 하이브 주식 매각 효과에 힘입어 4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초 예정된 신작 출시가 연기되면서 이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오딘:발할라라이징’을 앞세워 한 단계 도약했던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9%% 감소했다. 올해 출시한 신작 ‘아키에이지워’와 ‘아레스:라이즈오브가디언즈’가 흥행에 성공했으나, 정작 매출 성과는 기대치를 밑돈 탓이다. 4분기 신작도 부재해 카카오게임즈 역시 부침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크래프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배틀그라운드’ IP 영향력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03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 주춤하는 데 그쳤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먹거리 지켜라… 불붙은 IP 분쟁=이렇듯 업계 사정이 악화되면서 먹거리인 IP를 지키고 확보하기 위한 게임사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특히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들의 시장 범람으로 경쟁력이 약화한 엔씨는, 저작권 소송까지 불사하며 IP 보호 의지를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엔씨는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 신작 아키에이지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엔씨는 앞선 2021년에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 중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다. 엔씨는 당시 “IP는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만든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IP를 놓고 게임사간 냉랭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 소속 개발진들이 미출시 프로젝트 ‘P3’를 무단 반출해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며 민‧형사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아이언메이스 설립자인 전직 P3 개발팀장 최모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한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수원지법에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지난 8월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이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상황이 묘해졌다. 크래프톤은 향후 나올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다크앤다커모바일’ 운영은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한 넥슨 공식 입장은 없는 상황이지만, 일촉즉발의 기류가 형성됐다는 시각이 파다하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배틀그라운드 이후 흥행 IP가 부재한 크래프톤이,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불가피한 생존 전략을 펼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기존 수익모델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게임사들이 참신한 IP 구상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이러한 분쟁 빈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오위즈]

◆한계 다다른 내수시장…장르‧플랫폼 다변화로 승부수=관계자들은 올해 닥친 보릿고개가 예정된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사업 전략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는 그간 수익성이 보장된 모바일 기반 MMORPG 장르 게임만을 고집해왔다.

위기에 앞서 변화 필요성을 절감한 일부 게임사는 올해 저마다의 전략을 앞세워 돌파구를 모색했다. 국내 게임사에겐 불모지와 같았던 콘솔 시장 개척이 이중 하나다.

네오위즈는 지난 9월 비주류인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 ‘P의거짓’을 콘솔로 선보여 출시 한 달 만에 100만장을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네오위즈는 2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를 통해 3분기 흑자전환했다. 이들은 차기작으로 콘솔 기반의 오픈월드 슈팅게임을 개발 중에 있다.

업계 1위로 올라선 넥슨도 콘솔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넥슨은 지난 8일 1인칭 슈팅게임(FPS) ‘더파이널스’를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해 출시했다. 내년 여름 중엔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디센던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이달 열린 ‘더 게임 어워드’를 통해 던전앤파이터 IP 기반 콘솔 소울라이크 게임 ‘퍼스트버서커:카잔’의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콘솔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자극 받은 게임사들도 앞 다퉈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업계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에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의 게임들을 출품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엔씨는 지난달 열린 지스타를 통해 3인칭 슈팅 게임 ‘LLL’, 난투형 대전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등 7종의 신작을 선보였다. 리니지 IP 기반 게임은 한 개도 없었다. 현장을 찾은 엔씨 김택진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변화의 결과물을 보여줄 계획이다.

넷마블 역시 지스타에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역할수행게임(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공개했다. 크래프톤은 PC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아시안게임 LoL 대표팀 [ⓒ연합뉴스]

◆주춤했던 이스포츠 산업, 아시안게임‧롤드컵으로 붐업=한편, 국내 이스포츠 산업은 올해 아시안게임과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두 국제대회에 힘입어 다시금 성장 동력이 실렸다.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 국민적 관심이 모인 가운데, 국가대표팀이 금2‧은1‧동1의 성적으로 출전 전 종목 메달을 석권해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에서 개최돼 지난달 종료된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최대 규모 국제대회인 롤드컵에서는 한국 대표 T1이 우승을 차지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특히 서울시가 이스포츠 행사 최초로 광화문 광장을 개방하면서, 월드컵을 연상케 하는 거리 응원이 펼쳐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관심도 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스포츠가 정치권 주요 공약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12일에는 김용남 전 국회의원이 수원시(병) 팔달구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이스포츠 경기장 건립을 내놓기도 했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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