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막 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5'…속도 내는 K-배터리 美 투자·신소재 개발

고성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박대리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박대리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박대리보고서>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박대리보고서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인터배터리 유럽 2025 행사장 현장.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5 행사장 현장.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1분기 실적 시즌이 끝난 직후 배터리 업계는 일제히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트라(KOTRA), 코엑스가 주관하는 '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 참가하며 기술력을 선보이는 한편 북미 투자 및 차세대 배터리 제품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주 배터리 업계 소식 함께 확인해보시죠.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엑스, 코트라는 7일부터 9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인터배터리 유럽 2025'를 개최했습니다. 인터배터리 유럽은 올해 3회차를 맞이한 행사로 유럽 최대 에너지산업 전시인 '더 스마터 E 유럽(The smarter E Europe)'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9개국 93개 배터리 기업이 참가했으며, 57개국 2737개사가 참여한 더 스마터 E 유럽과 연계해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기반 전력망용 ESS 신제품을 유럽 최초 공개하고,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ESS 전용라인을 통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조했습니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용 UPS 배터리 'U8A1'과 열전파 차단 기술 'No TP'를 전시해 '스마터 E 어워드' 수상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죠.

에너테크 인터내셔널, 에버모어테크놀로지 등도 NCM, LFP, 실리콘 음극재 등 핵심 소재와 차세대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올해 처음 참가한 제이스텍은 셀부터 부품·설비까지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을, 나래나노텍은 Xenon Lamp 기반 전극 Coater를 선보였습니다. 대전광역시, 충청북도, 경상북도, 포항시, 구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기업들과 공동관을 운영하며 지역 산업 역량과 투자 유치를 적극 홍보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유럽 수출 금융지원 방안을 알리며 바이어 유치에 나섰습니다.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그러는 한편 미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그간 추진해왔던 얼티엄셀즈 3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8일 LG에너지솔루션은 공시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3기 공장의 건물 및 자산 일체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해당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세 번째 북미 단독 배터리 생산기지로 전환됩니다.

랜싱 공장은 총 부지 약 95만㎡ 규모로 2022년 착공 이후 현재 건설 공정률이 98%에 달합니다. 현재는 본격적인 장비 반입이 진행 중이며, 기존 합작 공장 운영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공정 노하우가 빠르게 투입될 예정입니다.

랜싱 공장은 크게 두개의 동으로 운영되는데요. 이중 하나의 동은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전용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이 될 예정입니다. 이미 장비 반입이 대부분 완료됐고, 운영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 셋업 등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한 개의 동은 아직 장비 반입과 용처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한 동만을 가동하고, 나머지 하나의 생산동은 전기차 수요 정체 등을 고려해 투자를 잠시 멈출 것으로 예상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에는 멈춘 장비 투자로 위기를 겪던 장비사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터리 셀 사들이 일제히 설비투자 속도를 낮추는 가운데, 필수 투자로 확정해왔던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시기인 덕이죠.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주 내 랜싱 및 홀랜드 투자를 비롯해 애리조나주 원통형 배터리 라인이 그 사례입니다. 삼성SDI 역시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가동을 위해 장비 발주를 대부분 마쳤고, SK온과 포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현대차 합작법인 등에도 장비 발주 및 반입이 이뤄지면서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SK온이 진행하는 블루오벌SK, 현대차 합작법인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설비투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블루오벌SK 내 닛산향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라인용 장비들이 발주가 시작됐고, 이미 발주가 완료된 현대차 합작법인은 2분기 말 장비 셋업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 SK온]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 SK온]

양극재 업체들도 점점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고성능 전기차에 대응하는 하이니켈 양극재에 이어 리튬인산철(LFP), 코발트프리(NMX), 망간리치(LMR, LMO) 등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죠. 북미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배터리 셀사의 공급 판도가 넓어질 만큼, 이에 대응할 양극재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이중 NMX와 LMR은 국내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메인스트림용 양극재인데요. 두 제품 모두 높은 재료원가를 가진 코발트를 최소화하고, 값이 싼 망간 함량을 늘린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습니다. NMX는 니켈과 망간에 첨가제 물질을 추가적으로 더해 개발한 소재로,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니켈 60% 급과 유사하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합니다. LMR은 니켈의 함량도 낮추고 리튬·망간의 비중을 높여 가격을 더욱 줄인 소재죠.

당초 NMX와 LMR은 2020년대 초반부터 개발을 시작해 올해나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돼왔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정체, 원료가 급락으로 인한 메리트 저하와 기술적 난제 등으로 개발 시기가 점점 밀려졌죠. 기술적으로는 망간이 반복적인 충방전에 따른 균열(Crack)로 가스가 쉽게 발생하고, 전해질과 계면 부반응에 따른 망간 용출 등 배터리 셀 불량을 야기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가 다소 해결된 모습입니다. 단결정 양극재 생산이 안정화된 덕입니다. 망간리치의 구조를 단결정으로 채택하면 충방전·압연 공정 등으로 인한 균열을 최소화할 수 있고, 망간 용출 등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4.1V 수준의 작동 전압을 4.4~4.5V 수준으로 높여 에너지밀도도 기존보다 높였죠. 특히 LMR은 수명·에너지밀도 한계가 있던 1세대에서 2세대 제품 등으로 개발 수준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불안 요소는 남아 있습니다. 실제 배터리에 적용돼 양산되는 시기가 늦다는 점이 대표적이죠. 두 양극 소재가 적용된 배터리의 양산 시점은 대략 2027년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용 LFP 양극재 대비 1~2년 늦고, 중국 업체들보다는 그보다 훨씬 크게 뒤처진 상태입니다. LFP 배터리가 셀투팩(CTP), 셀투샤시(CTC) 등으로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리면서도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목표로 한 메인스트림 영역이 그동안 공백상태여야만 성과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기대 요소는 자동차 업체들입니다. NMX, LMR은 배터리 셀 제조사도 관심을 갖고 개발 중이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특히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제품으로 손꼽힙니다. 배터리 셀 제조사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그동안 배터리 셀 기업들이 신경을 쓰지 못했던 영역을 선점한다는 이유에서죠.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를 비롯해 포드 등이 관련 배터리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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