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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파나소닉 독점 끝"…LG엔솔, 테슬라 러브콜 응답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경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경

- 美 원통형 배터리 캐파 대폭 상향…테슬라·루시드 등 대응
- ESS용 LFP 배터리 라인 구축…전기차용도 생산할 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중·일 배터리 패권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의미 있는 성과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7조2000억원을 투입해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총 생산능력(캐파)은 43기가와트시(GWh)로 북미 지역 내 독자 배터리 공장 중 최대 수준이다. 해당 금액은 역대 LG에너지솔루션 프로젝트 중 최고치이기도 하다.
◆2배 이상 늘어난 원통형 배터리 생산량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테슬라와 협업이) 순조롭다. 상반기 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며 “(애리조나 공장 관련) 지난해 여러 가지 이유로 잠정 중단했는데 심도 있게 다시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이번 투자를 시사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들여 11GWh 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비용 급등으로 지난해 6월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에 대해 재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약 9개월 만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보다 2배 이상 큰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회사는 금액 및 캐파를 4조2000억원, 27GWh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35만대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공장을 연내 착공해 2025년 완공 및 양산하는 게 목표다. 이곳에서는 주력 모델인 2170(지름 21mm·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 등이 만들어진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배경으로는 고객사들의 강력한 러브콜이 꼽힌다. 원통형 배터리 최대 고객인 테슬라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3사를 주요 협력사로 두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파나소닉, 유럽과 중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CATL로 조달처를 배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됐고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배터리 수요가 급증했다. 파나소닉은 캐파업이 제한적이고 CATL은 미·중 갈등 여파로 미국 진출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테슬라, 루시드 등 현지업체가 수차례 생산량 증대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테슬라 배터리를 파나소닉과 양분하게 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초 인플레이션 등 경영환경 악화로 LG에너지솔루션이 애리조나 투자 재개를 주저했으나 고객들의 러브콜이 계속되자 비용이 늘더라도 물량을 확대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36조8000억원에서 2026년 70조2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외 원통형 배터리 캐파를 지속 확장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오창 공장에서 7300억원을 들여 관련 라인을 신·증설하기로 했다. 중국 난징 원통형 배터리 공장 캐파를 늘리는 동시에 유럽 신규 거점도 마련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를 빙롯해 루시드, 니콜라, 프로테라, 리비안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제품인 4680(지름 46mm·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국 이어 미국서 LFP 배터리 양산

또 주목할 부분은 ESS용 LFP 배터리를 전용라인을 구축하는 점이다. 총 3조원을 투입해 16GWh 수준 공장을 세운다. 올해 착공 2026년 양산 목표다.

과거 LFP 배터리는 구식 제품으로 치부됐으나 최근 수년 동안 가격경쟁력, 안정성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하나둘씩 채용하기 시작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주력하던 LG에너지솔루션도 LFP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고 최근 시제품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ESS 시장을 노린다. ESS 분야는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 확대로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 북미는 IRA 발효에 따라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이 커져 ESS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큰 곳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은 2021년 14.1GWh에서 2030년 159.2GWh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할 ESS용 배터리 및 시스템은 에너지 밀도, 충전상태(SOC) 정밀도 등에서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 생산으로 물류, 관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ESS SI 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통해 ESS 공급부터 사업 기획, 설계, 설치, 유지, 보수 등 ESS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LFP 배터리도 양산한다. 권 부회장은 2025년부터 납품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공유했다. 이렇게 되면 프리미엄부터 보급형 전기차까지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이번 퀸크릭 공장 설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거점은 총 7곳으로 증가한다. 미국에서는 미시간 독자 공장 및 오하이오 GM 합작 1공장을 운영 중이며 테네시 GM 합작 2공장, 미시간 GM 합작 3공장, 오하이오 혼다 합작 1공장을 건설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이 공사 중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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