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의 부족(Shortage) 사태는 국내외 글로벌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 차유리, 타이어 등 관련 전후방 산업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들도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줄곧 약세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에도 국내 5개 완성차업계의 차량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11.45%나 감소하는 등 충격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체적으로, 세계 자동차업계는 칩 부족 사태로 2100억 달러의 매출 기회 손실과 770만대의 판매 감소를 겪었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로이터는 주요 완성차업계와 반도체 제조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해결 시점에 대한 극명하게 엇갈리는 전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입장에서, 서로 상반된 의견을 보였는데, 뒤짚어 생각하면 여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가격 결정에 대한 각자의 숨겨진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 "늦어도 연내 정상화", 칩 제조업체 "2022년에도 빠듯"
먼저,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자인 GM, 포드,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어도 3분기 내지는 올 하반기에는 부족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차는 3분기에는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NXP, 인피니온(Infineon) 등 주요 자동차 반도체(칩) 제조업체는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특히 중국의 공급망 문제로 인한 자동차 부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자동차의 전동화와 안전보조기능 등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보다 차량용 칩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논리다.
로이터는 라인하르트 플로스 인피니언 CEO가 투자자와의 통화에서 “공급 제한은 끝나지 않았으며 2022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피니언이 오미크론 변종의 확산으로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전략으로 공장을 폐쇄하고 공급을 제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대한 전통적인 완성차 업계의 낙관과 반도체 제조업체의 신중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느쪽의 말을 더 신뢰할 것인지 여전히 고민이다.
◆일론 머스크 "올해까지는 지속, 내년에 완화"
이 지점에서, 태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최근 예측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 “올해까지 차량용 칩 부족사태는 지속되고, 내년에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공장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등 공급 부족은 장기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머스크는 올해 예정됐던 사이버트럭 등 전기차 출시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혀 테슬라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극성일 때 나타났던 ‘화장지 품귀’ 현상을 예로 들었다. 화장지가 물론 필요한 물건이기는하나 그렇다고 사재기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 즉, 칩 부족은 공포에 기반한 가수요가 작용하고 있을 뿐 ‘엄청난 부족’사태로 볼만큼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이유가 없다는 보는 것이다.
한편 제 3자적 입장에 있는 조사기관 및 컨설팅업계에선 올 연말 정도를 ‘차량용 반도체’ 해소 시점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하여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할만한 칩 제조 및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데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시장 수요에 맞는 칩 생산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려면 오는 2024년 또는 2025년쯤에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