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빅블러시대] AI, 스마트팜·자동차 성격 바꾼다
빅블러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전세계에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게임 룰이 바뀌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달라지고, 비즈니스 영역 구분이 모호해졌다. 한국도 이에 빠르게 대응해 빅블러 시대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2022년 임인년을 새해를 맞아 IT 기업들의 합종연횡·신시장 개척 등 위기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현재 사람과 같은 추론영역에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인공지능(이하 AI)이 빅블러 현상을 고도화 시킬 것임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꿈꿀 수 있는 AI 기술 발달의 최정점에는 '사람과 같은 AI'가 있다. 단순히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통해 기계적 학습만을 해내는 AI가 아니라,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인간과 같은 고도의 사고와 상황판단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상황에 적용까지 모두 가능한 모습이다. 현재 AI기술은 초거대AI라는 단어로 기존 AI에서 한단계 진화한 모습을 구현하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스마트팜, 자율주행 등 농업과 제조업 등 각 산업군에서는 이미 현재 수준의 AI기술을 통해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AI기술 적용을 통해 기존 산업의 성질을 바꾸거나, 다른 산업과 합종연횡하는 모습이다.
◆정약용 3재(三才), AI로 온전히 실현 가능해지는 시대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농업은 하늘, 땅, 사람이 어울려 도를 일구는 것이라고 했다. 쉽게말해 농민이 하늘과 땅으로 대변되는 자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사람이 자연의 변화를 손쉽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궁극의 기술이다. 이제는 노동집약적인 농업이 AI기술로 인해 기술집약적인 특성을 보이는 데 있어 첫 걸음을 떼는 시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지난해 말 '빅데이터·AI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주요 농업 정책으로 농촌 고령화와 기후 변화에 대응해 빅데이터와 AI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1년 내내, 강수와 일조량, 자연재해 등을 고루 관리하며 결실을 내야만 하는 번거로움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 진 것이다.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스마트폰 조작을 통해 사과와 딸기 등 재배가 더욱 쉬워진다. 예컨대 농장주는 앱이나 웹 작동으로 직접 비닐하우스에 가지 않아도 농작물 상태와 문제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라온피플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안동스마트팜 사업단이 주관하는 안동 노지 스마트 농업 생산단지 구축과 관련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스마트팜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검사용 AI S/W 개발 기술을 토대로 사과나 딸기 등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라온피플 관계자는 "AI에 기반한 영상 분석을 통해 딸기 생육 단계를 정확히 측정하고, 예상 수확 시기와 수량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또 병충해와 질병을 예찰해 초기에 적절한 대응 조치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딸기 생육 전과정에 대한 정밀 관찰과 각종 센서 데이터를 빅데이터와 AI기술로 분석함으로써, 하우스 제어를 통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정밀 생육을 통해 스마트팜 도입 전에 비해 30% 이상 증산을 목표로 하며 농가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바라봤다.
라온피플 관계자는 "아직 재배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기술 적용이 한창인 만큼, 조만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클리드소프트는 최근 AI데이터 가공 플랫폼 라벨온 기술을 이용해 버섯 생육단계 및 병충해 데이터를 구축했다. 버섯 생산 농가에서 필요한 AI응용서비스다. 유클리드소프트의 스마트팜 통합 데이터(버섯)는 지난해 농촌진흥사업 우수성과공유대회에서 AI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부문 우수성과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버섯의 병해와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환경데이터를 분석해 고품질 AI데이터를 구축한다. 이와 같은 데이터 등을 통해 버섯 최적의 수확기를 판단해주는 생육 가이드로 활용, 고품질 버섯을 재배할 수 있게된다.
다만, 아직 소규모 농가에서는 AI솔루션을 설치하기 부담스러운 구조와 비용 문제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AI솔루션을 농업에 적용하면 효율성 제고 등 이득이 많지만, 당장 설치와 솔루션 등 비용 문제로 인해 정부 지원 등이 밑바탕이 돼야만 농업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더 이상 이동수단 아냐, 바퀴 달린 지능 컴퓨터 개념으로 전환
GM은 최근 CES2022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개념을 바꿔버렸다. 향후 자동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바퀴 달린 지능 컴퓨터 개념으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랫폼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냅드래곤은 업계 최고 수준 5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작됐다. 이를 기반으로 GM 운전자 지원 기능인 울트라 크루즈를 접목시켜 자율주행 단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전망이다. 내년 초 캐딜락 셀레스틱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5위권 완성차 제조기업 현대자동차도 이미 몇 년 전부터 AI기술을 활용해 빅블러 현상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2019년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머신러닝(SCC-ML)'이 대표적이다. 앞차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운전자와 설정한 속도로 자율주행하는 SCC에 AI를 결합했다. AI를 응용한 자연어 음성명령으로 경로 검색은 물론이고 차량 기능, 상태를 확인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달리는 컴퓨 불리는 커넥티드카 AI음성 인식 기술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차량 내 다양한 기능을 말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자동차 계기판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경고등이 갑자기 커지면, 그 이유에 대해 차주인이 물으면 그 답을 차가 해준다. 또는 엔진 오일 교체 시기를 물어보면 차량이 답해준다. 지난해 11월에는 AI컴퓨팅 기술 기업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올해까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 전 차량에 AI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도입키로 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비여서 구체적으로 밝힐수는 없지만,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는 인포테이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AI기술 적용이 향후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빅블러 가속화의 파급효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100여년간 안정적 성장을 보였던 자동차 산업이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친환경화, 지능화, 서비스화 등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전통적 제조기술이 아닌, AI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완전자율주행 주도권 확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미래차 확산으로 기존 자동차 시장이 공급자 중심의 획일화된 대량 생산체제에서 사용자, 서비스, 다양성 등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연관 산업 성장세가 하락하고, 기존 도로나 교통시스템 등 인프라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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