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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클라우드 잡아라”…공공SW 시장에 돌아온 대기업SI들

권하영 기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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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본래는 대기업의 공공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분위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 업계 맏형 삼성SDS는 올해 들어 공공 사업 경쟁입찰에서 연이은 수주 소식을 알렸다.

먼저 이달 12일 한컴과의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AI 국회) 구축 1단계 사업’의 경우 국회 특화 인공지능(AI) 모델 및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117억원 규모 사업으로, KT와 메가존 등 쟁쟁한 사업자들과 경쟁 끝에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삼성SDS는 자사 생성형 AI 플랫폼인 ‘패브릭스’를 통해 지능형 검색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어 14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 사업’ 본사업에 앞서 정보시스템마스터플랜(ISMP) 사업도 수주했다. 오케스트로가 주도하고 LG CNS와 KT도 참여하는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이긴 결과다. 본사업의 방향성 수립과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는 ISMP 사업 자체는 8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추후 6000억원 규모로 진행될 본사업의 수주 여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성공적인 수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삼성SDS와 같은 대기업은 SW진흥법에 따라 공공 SW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에서도 신기술 도입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기업 참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 규정 덕분에 LG CNS나 SK C&C 등도 종종 공공 사업을 수행하긴 했지만 그 수가 많진 않았고, 삼성SDS의 경우 사실상 공공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행보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기업 참여제한 규제가 여전히 작동 중이지만, 최근 AI와 클라우드 전환 시도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신기술 도입 관련 예외 적용이 보다 확대되는 추세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도 이 같은 기회를 활용해 전에 없던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사들은 그룹사 내부거래 중심의 실적을 쌓아왔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그룹사들의 IT투자 축소 등으로 인해 대외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 IT서비스 기업들이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넘어 성장동력으로 주력 중인 AI 및 클라우드 전환 사업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대형 사업 대부분이 공공과 금융 시장에서 발주되는 실정이라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된 것도 맞다.

원래라면 공공 SW 사업은 민간 사업에 비해 사업 예산 부족과 무분별한 과업 추가 관행으로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돼 대기업 IT서비스사들이 꺼리는 시장이었지만, 지난 수년간 공공 영역에서도 AI와 클라우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다음달 초 공고가 예상되는 ‘범정부 AI 공통기반 구축 사업’ 역시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가 인정됐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본사업에 앞선 업무재설계(BRP)·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도 LG CNS와 투이컨설팅 컨소시엄이 수행한 바 있다.

최근 기술과 시장 변화가 유례 없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공공 시장에 대형 플레이어의 참여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와 국회는 현재 공공 SW 시장에 대한 대기업 참여제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규제 자체를 없애는 방향의 입법도 준비 중이다. 추후 이러한 제도 개선까지 이뤄질 경우 대기업 중심의 공공 SW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이후 이를 제도적 울타리 삼아 성장해온 중소·중견 IT서비스 기업들 입장에선 결코 환영할 수 없는 변화기도 하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신기술 경쟁력이 앞서는 것은 아닌 데다, 인력 유출 등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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