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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시설인데... SSG닷컴 ‘네오’ 배송기사들이 뿔 난 이유는?

이안나
서태일 온라인배송지회 김포네오몰 안전부장
서태일 온라인배송지회 김포네오몰 안전부장

- 온라인배송지회 "네오 상품 출하 지연 고질적 문제"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SSG닷컴 배송기사는 1년에 52일도 쉬지 못합니다. 하루 11시간, 월 26일을 일하고 받는 한달 운송료는 300만원 후반이지만 차에 들어가는 각종 경비를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30만원 남짓입니다.”

1일 오전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는 서울 종로구 SSG닷컴 본사 앞에서 네오센터에서 일하는 배송노동자들 처우에 대해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는 SSG닷컴이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고 줄곧 강조하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근무하는 배송기사들은 잦은 시스템 오류로 상품 출하가 늦어져 시간에 쫓기며 배송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SG닷컴은 현재 3개 네오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2014년 용인에 네오001을 시작으로 2016년 김포 물류단지에 네오002, 2019년 네오003을 완공해 수도권 대규모 물류를 처리한다. 네오에서는 물류작업 80%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주문이 들어오면 설비는 작업자 앞으로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주고 작업자는 이를 분류해 출하한다. 모든 과정이 '이론상'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회는 네오센터 잦은 출하 지연으로 배송시간이 촉박해지고 그 부담은 온전히 배송기사들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태일 온라인배송지회 김포네오몰 안전부장은 “자동화가 됐다고 하지만 센터가 좁다는 이유로 물건을 모으는 바스켓을 배송기사들이 직접 나르다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외에도 기계가 상품을 인식 못 하거나 갑자기 작동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피킹 과정에서 상품이 빠진 경우 배송기사가 추가보상 없이 물건을 채운다. 배송이 지체되지만 센터나 운송사는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배송기사들이 차량에 직접 실은 바스켓들. 이는 배송기사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배송기사들이 차량에 직접 실은 바스켓들. 이는 배송기사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추가 업무 및 동종업계 비해 낮은 임금체계가 근로의욕 저하 및 이직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원 온라인배송지회 김포네오몰 분회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눈에 띄게 배송물량과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센티브 자체가 너무 낮음에도 몇 년째 동결수준”이라며 “배송건수와 고중량물 제한, 상품출하 지연은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임금체계 개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체 네오센터에는 약 1300여명 배송기사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엄밀하게 보면 네오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배송기사들은 SSG닷컴이 직고용한 방식이 아닌 개인사업자다. 화자인 SSG닷컴이 운송사들과 계약을 맺고 배송기사들은 운송사를 통해 네오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지회 측은 “SSG닷컴 배송정책을 따르는 특수고용관계 노동자들로 운송사는 그대로 전달자 역할만 하며 배송기사는 이를 그대로 따르는 수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송사에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지난 12일 온라인배송지회 김포네오몰 분회를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SSG닷컴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배송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SSG닷컴은 운송사들과 ‘배송 협의회’를 정례화하고 배송기사 인센티브 지급 및 기본 운송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배송지회측은 배송 협의회에 배송기사들도 참여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SSG닷컴과 운송사들끼리 이뤄진 합의가 배송기사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배송기사들 소속이 각기 다른 만큼 대표성을 띄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임금 인상에 대해 SSG닷컴 관계자는 “e커머스 경쟁이 심해지고 배송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배송기사들이 경쟁사들로 옮겨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운송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지난 상반기엔 네오센터 출하 환경 개선을 위해 관련 설비 증설을 합의했다. 이 시설은 11월 완공 예정이다. 배송기사가 빈 바스켓을 손쉽게 반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해 추가 업무 및 배송지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배송기사에겐 유급 휴무를 제공, 배송기사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이마트몰 및 트레이더스몰에서 주문할 수 있는 생수는 기존 3묶음(총량 36L)에서 2묶음(총량 24L)까지만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SSG닷컴은 "배송 협의회를 통해 배송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고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운송사와 함께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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