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신선식품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 상장 레이스가 내년 본격화할 전망이다. 각 기업은 e커머스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지표인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새벽배송 전국화와 비식품 카테고리 비중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6일 마켓컬리는 국내 상장 목표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잡고 상장 주간사 선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달 초 컬리 상장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KB증권 1개사만 참여하자 이외 다른 후보자 참여를 위해 일정을 조정한 것.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기업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컬리는 지난달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이르면 이달 초 주간사 선정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증권사들 참여가 저조했다. 국내외 상장을 함께 검토하던 컬리가 국내 상장으로 정하면서 업계에선 큰 관심사가 됐지만 초반 단계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컬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SSG닷컴 상장 검토 의향을 내비치자 이해상충 문제로 두 회사를 배제했다. 같은 이유로 오아시스마켓 대표 주간사인 NH투자증권엔 RFP조차 보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상장 일정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먼저 지정 감사인을 신청하고 주간사 추간 선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가 상장 목표 시기를 다소 연기하면서 경쟁사인 오아시스마켓·SSG닷컴과 IPO 과정에서도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표 주간사 선정을 마친 오아시스마켓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SG닷컴은 상장을 필수 관문으로 삼았지만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SSG닷컴 출범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5년 내 IPO 요건을 전제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체결했다. 출범 4년 차가 되는 내년엔 IPO 준비 윤곽이 드러나야 하는 상황이다. 오아시스·SSG닷컴이 급성장하고 있고 국내 IPO 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상장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달 2254억원 규모 시리즈F 투자유치를 받으며 약 2조5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1년여 만에 기업가치는 2.6배 올랐다. 그러나 새벽배송으로 급성장한 기업 중 컬리가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점도 상장 흥행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약 9531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34억원으로 전년도(1004억)에서 130억원 늘었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 1조2941억원으로 전년대비 53.3% 늘었다. 매출은 컬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손실 469억원으로 전년대비 350억원 줄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매출액 2386억원으로 전년대비 67.5% 늘었다. 컬리와 SSG닷컴보단 규모가 작지만 영업익 97억원으로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세 기업은 모두 몸집을 키우기 위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각 기업이 보유한 물류센터 및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거나 타 기업과의 협업으로 전국화 새벽배송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컬리·SSG닷컴·오아시스 모두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있던 새벽배송을 충청권으로 넓혔다. 컬리는 이달부터 대구까지 확장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동시에 비식품군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공통된 사항이다. 컬리는 최근 국내외 여행업, 개인·가정용품 임대업, 가전·통신제품 대리점업, 티켓 예매 등 7개를 신규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숙박 및 스마트폰, 대형가전 등도 판매군에 포함시키기 위함이다.
SSG닷컴도 지난 6월부터 오픈마켓 제도를 도입해 셀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새벽배송으로 신선식품 뿐 아니라 화장품도 배달한다. 신선·비신선 식품 배송을 모두 강화해 장기적으로 이마트가 인수한 이베이와 함께 업계 2위인 쿠팡과 맞대결하기 위한 체력을 쌓는 셈이다. 오아시스도 브랜드관을 개설해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한편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퀵커머스 전문 플랫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SSG닷컴과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주간·당일배송도 함께 운영하는 것과 달리 컬리는 새벽배송만 있다는 게 다른 지점이다. 컬리 입장에선 SSG닷컴과 오아시스와 다른 차별화된 지점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업계서 배송이 핵심 경쟁력이 된 만큼 새벽배송을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중요해질 것”이라며 “모든 상품을 직매입하고 있고 새벽배송만을 운영하고 있는 컬리 입장에선 볼륨을 키우는게 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