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유통업계가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두고 경쟁 중이다. e커머스는 물론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에 이어 편의점까지 가세했다. ‘샛별배송’이라는 차별점이 옅어진 마켓컬리가 연내 상장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지난 3월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한국과 미국 증시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다. 쿠팡 미국 상장을 계기로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신선식품을 강화하는 후발주자들 공세에 일각에선 마켓컬리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이라는 컬리만의 배송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오후 11시까지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코로나19 수혜도 입으며 지난해 매출 1조원으로 전년(4289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 기업이 늘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마켓컬리만의 고유한 서비스로 불리기 어려워졌다.
e커머스 업계에선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 기업들이 신선식품과 빠른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쿠팡은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 부문에 공세를 취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물론 오전10시까지 주문 시 당일 오후 6시 안에 배송해주는 당일배송도 도입했다. 네이버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내달 경기도 용인에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연다. 이마트 장보기 서비스도 네이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경계가 무너지면서 신선식품 배송 경쟁자들의 존재는 사방에서 포착된다. 새벽배송 후발주자인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매출 약 2386억원으로 마켓컬리엔 한참 못미치지만 흑자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몸집을 불리며 IPO 준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식품 전문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만든 후 최근 정기 구독과 일요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1일 GS홈쇼핑과 합병한 통합 GS리테일도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잡기에 주력한다. 차별점으로 물류센터로 활용가능한 소매점과 ‘퀵커머스’ 도입을 제시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우리의 경쟁사는 네이버와 쿠팡이 아니다. 차별화 전략으로 신선식품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을 방침으로 주력 취급 제품군만 보면 마켓컬리와 겹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마켓컬리 역시 치열해지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서비스를 이용한 후 만족스러우면 이탈하지 않고 반복 구매를 이어가는 e커머스 업계 특성상 새벽배송 시장에서 탄탄히 쌓아올린 마켓컬리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 깨긴 어려울 수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최근 하루 주문 건수는 지난해 10만건 규모에서 최근 12만건 정도로 증가했다. 누적 회원 수 역시 지난 5월 기준 800만명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 선두주자인 만큼 단일면적당 생산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입장이다. 또 CJ대한통운과 협업해 올 하반기 영남·호남지역까지 새벽배송 권역을 확대하고 이달 중 2000억원대 규모 투자 유치를 최종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하루 주문 건수만 보아도 마켓컬리와 경쟁사들의 주문량이 크게 차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통 전 과정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시스템과 전 상품을 직접 검증하는 상품위원회는 다른 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