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엔비디아가 인수한 ARM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ARM은 반도체 설계 관련 지적재산(IP)을 통해 수익을 내는 업체입니다. ARM이 제공한 IP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이 자체 칩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ARM은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을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죠. 전 세계 스마트폰 95%, 입는(Wearable, 웨어러블) 기기 90%, 태블릿PC 85%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ARM의 설계도로 만들어집니다.
그동안 독점 체제를 누려온 ARM에 도전장을 낸 기업이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사이파이브가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는 크르스테 아사노빅 UC버클리대학교 교수와 앤드류 워터맨 박사, 이윤섭 박사 등이 설립했습니다.
사이파이브는 ‘리스크파이브(RISC-V)’를 앞세워 ARM의 대항마로 떠올랐습니다. RISC-V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ISA)입니다. 사이파이브 창립 멤버들이 구축한 시스템으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ARM IP는 일정 부분 이용료가 있고, 마음대로 수정할 수도 없습니다. 한 번 정해진 IP를 중간에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물론 중소 업체들도 부담이 컸습니다.
ARM의 대안이 등장하자, 업계는 환영했습니다. 초기 인텔, 퀄컴, 웨스턴디지털 등으로부터 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아람코 등도 투자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주요 반도체 250개사는 RISC-V 멤버십으로 가입, 사이파이브의 칩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죠.
아직 RISC-V는 메모리 저장장치 등 일부 제품군에만 적용 중이지만, 점차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ARM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RISC-V의 활용범위가 넓어지자, ARM은 협력사와의 공조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상반기에는 스타트업, 다지인하우스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연달아 마련했습니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습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ARM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양사는 최종 계약을 마쳤고, 주요국 승인만 남은 상태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ARM 설계도 독점 ▲라이선스 비용 인상 등을 우려합니다.
현실화되면 RISC-V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이미 비용과 유연성 등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입맛대로 ARM을 활용하면 고객사는 RISC-V를 선택할 수밖에 없죠.
당장 RISC-V가 ARM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고객사와의 관계, 기술 노하우, 엔비디아 합류 시 발생하는 이점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RISC-V는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점차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 분명합니다. ARM의 독점 구도를 깨고, 얼마나 성장할지 RISC-V의 앞날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