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올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합니다. 예년보다 소비자들이 가전제품들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가사노동에 필요한 제품을 구입했죠. 또 긴 장마로 비인기 제품이던 제습기 판매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증가하는 수요 속에 불을 붙인 건 정부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입니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구입비의 10%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요. 신청 기한은 ‘재원 소진 시’까지였지만 연말까지 내다보는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인기로 3개월만에 조기 소진되자 추가 재원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7월6일 정부 3차 추경 통과와 함께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에도 1500억원이 추가 편성된거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쉽게도 환급 대상 제품을 최근에 구매한 소비자일수록 환급 받지 못할 확률이 커졌습니다. 약 두 달만에 또 조기소진 될 상황입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도 1500억원 재원 소진 속도가 한 달 가량 빠릅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8월27일 기준 전체 환급재원 중 약 90% 환급신청이 접수됐다고 안내했습니다. 환급재원 소진 이후엔 예비 접수번호를 부여하고 먼저 접수된 환급 신청 건에 대해 순차적으로 환급 여부가 결정됩니다. 만약 4차 추경 등으로 인한 추가재원이 으뜸효율 환급사업에 투입되지 않는다면 올해 환급사업은 이대로 종료되는 것이죠.
환급대상 품목별로 보면 신청 건수가 많은 제품은 8월20일 기준 세탁기(20.1%), 냉장고(16.1%), 전기밥솥(14.8%), TV(12.6%), 김치냉장고(11.4%) 순입니다. 4월까지만 해도 제습기 신청건수 비중은 1.2%로 가장 낮았던 반면 장마 후엔 6.3%로 증가했습니다.
으뜸효율 환급사업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환급 받고, 기업은 매출을 늘립니다. 지난 3월 말 시작된 이후 3개월간 소비자들은 1102억원을 돌려받고, 가전제품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환경에도 도움 된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에 따라 으뜸효율 환급사업을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재원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데 으뜸효율 사업에 대한 효과나 만족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선 코로나19 등으로 이에 대한 조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덧붙였습니다. 환급 신청은 급증했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지침을 지키느라 환급처리가 지연되는 상황도 생기고 있습니다.
가전업체들은 계절상품인 김치냉장고를 속속들이 출시하며 본격적인 4분기 공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으뜸효율 환급대상 신청 비중에 상위권에 있는 품목이죠. 재원 소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이때 추가 재원이 다시 투입될 수 있을까요? 국내 가전업계가 이후에도 환급사업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