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ARM을 품는다. 각각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반도체 설계가 주력으로, 분야별 세계 최대 업체다. 반도체 공룡 간 만남이다. 관련 시장의 파급효과가 예상되지만, 주요국 승인 등 변수가 남아있다.
13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규모는 400억달러(약 47조4400억원) 수준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RM과 손을 잡고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만들 것”이라며 “ARM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데이터센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회를 가속화 하겠다”고 말했다.
ARM은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회사다. 이를 구매한 고객사는 자체 목적에 따라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가 강세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이 설계하는 AP는 ARM 아키텍처 기반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RM과 협력해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보유하고 있었다. SBG는 지난 2016년 320억달러(약 38조원5000억원)을 투자, ARM을 인수했다. 당시 손 회장이 ‘인생 최대의 베팅’이라고 할 정도로 ARM 인수는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투자 실패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영난에 처하면서 현금 확보가 필요해졌고, 협상 끝에 엔비디아에 넘기기로 했다. 약 10조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엔비디아는 서버, AI 등 시장에서 GPU 가치가 높아지면서, 급성장 중이다. 여기에 ARM을 인수하면서 AP, CPU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ARM의 고객사가 엔비디아 경쟁사이기도 한 점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시, 설계도를 독점하거나 라이선스 비용을 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련 연구원을 미국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ARM 본사를 둔 영국과 주요국에서 해당 거래를 반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엔비디아는 “ARM의 비즈니스 모델은 훌륭하다.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본사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남을 것이며, 영국 내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미국, 영국,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공식 승인까지 18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영국 로이터통신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가 엔지니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기존 본사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