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들이 선택한 전략이다. 업계 1위 영국 ARM을 잡기 위해 연합군이 결성된 것이다. 국내 칩스앤미디어를 비롯한 미국 사이파이브(SiFive), 영국 이미지네이션 등이 한 배를 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칩스앤미디어, 사이파이브, 이미지네이션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각자의 고객사에 제휴 회사의 IP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연동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힘을 합친 건 ARM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때문이다. ARM은 삼성전자, 퀄컴,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95%, 입는(Wearable, 웨어러블) 기기 90%에 들어가는 칩셋은 ARM이 설계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매출 규모에서도 격차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지난해 ARM 매출액은 16억1000만달러(1조9320억원)다. 2위 시놉시스(6억2900만달러), 3위 케이던스(1억8900만달러) 등과 비교하면 ARM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세 업체의 외형 규모는 ARM에 비해 초라하다. 이미지네이션(4위·1억2000만달러)만 순위권에 올라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각사별 장점이 뚜렷한 덕분이다.
사이파이브는 작지만 강하다. 크르스테 아사노빅 UC버클리대학교 교수와 앤드류 워터맨 박사, 이윤섭 박사 등이 지난 2015년 설립했다. 리스크파이브(RISC-V)로 ARM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RISC-V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ISA)다. 클라우드 컴퓨터, 고성능 스마트폰, 초소형 내장형 시스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중소업체들의 IP를 지원하는 등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칩스앤미디어와 이미지네이션은 각각 비디오,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강점을 보인다. 칩스앤미디어는 국내 IP 업계 유일한 상장사이자 1위 업체다. NXP 등에 비디오 코덱 IP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네이션은 GPU 관련 IP를 글로벌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양사의 이미지 관련 기술과 고객사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발휘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IP 시장에서 ARM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무리하게 쫓아가기보다는 업체별로 잘하는 분야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향후 ARM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 반도체 IP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마켓츠앤마켓츠 조사 결과, 지난 2016년 IP 시장규모는 34억달러였다. 2017년(37억달러), 2018년(40억달러)로 상승세다. 올해는 44억달러, 내년에는 48억달러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