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게임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30대 이상 남성층인 이른바 ‘린저씨(리니지를 즐기는 아저씨)’들을 겨냥한 신작들이 잇단 성공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흥행불패 수준이다.
원조인 ‘리니지M’에 이어 ‘로한M’, ‘R0(알제로)’에 이어 ‘에오스 레드’까지 이른바 리니지류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최근 시장에서 득세하고 있다. 로한M이 구글플레이 매출 2위까지 오르는 등 대박 흥행을 기록한데 이어 R0가 매출 10위권을 유지 중이다.
이런 가운데 에오스 레드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첫 진입에 2위에 올랐다. 업계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성과다. 이 게임을 개발·서비스 중인 블루포션게임즈 측은 “리니지M과 로한M 등으로 검증을 거친 타깃이 명확한 정통 MMORPG”라고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사 개발진과 서비스 인력을 합친 인원은 40여명.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에오스 레드로 전례가 드문 초대박을 친 셈이다.
업계가 말하는 이 같은 리니지류(類) 게임은 이용자 간 경쟁에 초점을 두고 무한 레벨업(성장)을 추구하면서 상대방 공격(PK)이 비교적 자유롭거나 1대1 아이템 거래 기반의 자유경제가 활성화된 것이 이들 게임의 특징이다. 보통 유료재화가 필요한 거래소가 적용됐기에 리니지류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 게임의 과금 구조의 핵심은 거래소와 아이템 강화다. 게임 캐릭터를 강하게 육성하려면 수시로 이용해야 하는 콘텐츠들이다. 아이템 거래와 강화 시도가 활발할수록 게임사가 높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중견·중소 게임업체 입장에선 이처럼 눈에 보이는 흥행공식이 있는데, 실패 부담을 안고 새로운 시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리니지류 게임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국내 게임업계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산 게임들과 맞붙어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중국산 게임에 오히려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상황이다. 게임 내 과금 구조를 두고 기업보다는 이용자 친화적이라고 내세우는 중국산 게임들도 있다.
당장 리니지류 게임의 매출 성과만 보면 넥슨과 넷마블 등의 체면이 구겨질 법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형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에 없던 시도를 이어가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프론티어 정신을 잃어선 안 된다. ‘야생의땅: 듀랑고’와 ‘BTS월드’, ‘쿵야 캐치마인드’ 등이 좋은 사례다.
엔씨가 리니지2M에서 얼마나 기술 혁신을 이뤄냈을지, 새로운 시도를 적용했을지도 주목된다. 원조가 발전적 변화를 꾀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아류 게임들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용자들에겐 욕먹는 대형 업체들이지만 이들이 국내 게임업계의 희망이기도 하다. 린저씨들이 즐기는 게임도 좋지만 게임 강국의 노하우를 담아낸 개성 강한 신작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