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꺼진 불씨가 살아날까. 통신사, 운영체제(OS) 업체, 제조사가 모두 실패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 다시 꿈틀댄다. 이번엔 셋이 힘을 합쳤다. 아직 한 몸처럼 움직이는 사이는 아니다. 일단 일부 사용자 대상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국내 서비스가 성공할 경우 세계 확대까지 노린다. 다만 모바일 메신저는 국내뿐 아니라 각국 선점 서비스가 있어 주도권을 뺏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 중 ‘갤럭시노트9’에 새로운 문자메시지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문자메시지를 모바일 메신저처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RCS(Rich Communication Suite)라고 부른다.
RCS는 지난 2012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2’를 통해 구체화했다. 스마트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모바일로 끌어들였다.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던 사람이 메신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통신사 매출이 감소했다. 메신저 전문 업체가 출현했다. 제조사도 넘봤다. OS업체도 관심을 기울였다.
RCS는 통신사의 메신저 견제 카드다. 2012년 국내 통신 3사 통합 RCS ‘조인’이 나왔다. MWC2013에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차원의 RCS 논의를 시작했다. 문제는 때가 너무 늦었다는 점. 국내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는 2011년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 수를 앞질렀다. 대세가 기울었다. 단합도 안 됐다. 3사가 얽히니 업그레이드를 앞장서 하는 곳이 없었다. GSMA로 커지니 이 경향은 더 심해졌다.
제조사가 주도하는 RCS 사업도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1개 제조사 제품만 사용하지 않는다. 통신사도 다르다. 갤럭시노트9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이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다. 상대방이 갤럭시노트9가 아니면 일반 문자메시지와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같은 갤럭시노트9더라도 통신사가 다르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챗온’으로 이미 실패를 맛봤다. OS업체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구글은 ‘행아웃’을 접었다.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아이메시지보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
그럼에도 불구 RCS가 재조명을 받는 것은 플랫폼의 힘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시작 포털사이트 ‘다음’ 인수합병(M&A) 등 몸집을 키웠다. 통신사에겐 OTT(Over The Top)에게 더 이상 사업기회를 빼앗길 수 없다. 제조사와 OS업체는 잠금(lock-in, 락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씨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MWC2016에서 출발했다. 구글은 RCS를 OS에 내장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SK텔레콤은 개별 통신사가 최적화 할 수 있는 RCS를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RCS업체 뉴넷캐나다를 M&A했다. 삼성전자 고동진 대표와 SK텔레콤 박정호 대표는 MWC2018에서 이 구상을 구체화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가 기존 모바일 메신저만큼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내년 상반기 말 경은 돼야 한다. 통신사간 연동, 제조사별 내장 여부 등 남아있는 숙제가 만만치 않다. 지금 진행할 서비스는 시범 서비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실패 탓에 조심스러운 태도다.
한편 내년 상반기가 돼도 숙제가 모두 해결되진 않는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전체 사용자가 하나의 문자메시지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OS는 구글과 애플이 7대 3의 비율. 구글은 긍정적이지만 애플은 부정적이다. 애플은 자체 RCS ‘아이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오에스(iOS) 이용자를 하나의 RCS로 묶으려면 카카오톡처럼 앱 배포가 불가피하다. 소비자가 또 다른 모바일 메신저를 설치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