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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역대급 흥행…고민도 많아졌다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이 22만여명(21만9267명 추정)에 달하는 역대 최대 관람객을 동원했다. 전년대비 1만여명(4.6%)이 늘어난 수치다.

모바일게임 위주의 전시로 관람객 동원 측면에서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말끔하게 해소한 모습이다. 여기엔 가상현실(VR) 게임이 큰 역할을 했다.

지스타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 게임쇼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주최하고 지스타조직위원회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행사로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주최 측도 인정한 ‘가상현실(VR) 관람’ 열기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소니)와 공동 구성한 ‘지스타 VR특별관’을 필두로 “각종 VR 콘텐츠들이 대거 전시되며 산업 관계자들과 일반 방문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지스타 슬로건은 ‘게임,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라’다. 여러모로 해석될 수 있지만, VR 콘텐츠를 겨냥한 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시 현장에서도 VR은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앞세운 소니 부스는 늘 사람이 붐볐다. VR 게임에 다들 호기심을 보였고 이른 아침부터 체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룽투코리아도 격투 장르의 VR게임 ‘파이널포스’를 내놓고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주말의 경우 아침에 지스타 현장을 방문하지 않으면 VR게임을 한번 체험해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 홍보를 위해 지스타 참가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내년에도 참가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VR체험 열기를 보면 소니가 참가사 대열에서 빠진다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VR게임의 경우 꾸준히 시장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시 구색 갖추기 측면에서 지스타 주최 측의 부담이 커졌다.

◆외국계 기업이 주도한 VR 트렌드=올해 지스타의 키워드는 가상현실(VR)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그만큼 눈에 띄었다. 주최 측도 인정한 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은 지스타 전시 현장의 VR 트렌드를 외국계 기업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넥슨의 경우 35종의 출품작을 내놨지만 VR 관련 게임은 없었다.

국외에선 VR 콘텐츠가 향후 게임산업의 주축을 이룰 것이라 점찍고 게임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반해 국내에선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VR 대응이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수익모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아 ‘본격적으로 VR에 뛰어들 시기는 아니다’라는 판단한 것이 이유다.

VR에 한정해 본다면 국내 업체들은 ‘프론티어(개척자)’보다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이 대규모 개발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통할지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열린 중국 차이나조이 게임쇼에서 확인이 됐듯 VR은 이미 현지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중국 현지에서 개발되고 있는 VR게임들은 내년 중 글로벌 시장에 본격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실내 VR방이 트렌드가 될 조짐이다. 이 시장도 홍빈네트워크 등 중국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스타 기간 중엔 HTC가 PC기반 VR하드웨어 바이브가 국내 정식 출시를 알렸다. 콘솔을 비롯한 PC플랫폼에서 VR게임이 본격적인 시장 형성 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일부 기업에 크게 의존한 지스타 흥행=올해 지스타의 성공 요인은 VR과 함께 ‘넥슨’이라고 볼 수 있다. 넥슨은 경쟁사 대비 4배 규모에 달하는 400부스를 내고 지스타 게임전시(B2C)관 한가운데에서 관람객들을 이목을 끌었다.

넥슨은 12년 연속 지스타에 참가해 게임쇼 흥행 주역을 담당해왔다. 지금 분위기로는 넥슨이 지스타에서 빠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불참하는 즉시, 지스타 흥행 여부에 빨간불이 켜진다.

넥슨이 내년에도 400부스 규모로 참가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올해는 보여줄 것이 많아 대규모 부스 참가를 기획했다는 게 넥슨의 설명이다. 주최 측은 넥슨 부스가 줄어들 경우 다른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 재편 이후 업체들이 지스타 참가 의지가 예전같지 않다. 지스타 참가사 확보는 주최 측이 매년 겪는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내년 지스타의 흥행 신기록 달성 여부도 넥슨의 참가 부스 규모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내년 개최지는 어디로=지스타 개최지도 재선정을 앞뒀다. 부산시가 4년 연속 지스타를 유치했고 이제 개최지를 원점부터 검토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지스타 경제효과를 1252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지스타는 이제 여느 지자체도 탐낼 만한 대형 행사로 성장했다. 내년 지스타 개최를 두고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올해 지스타 기자실을 찾아 “내년에도 봅시다”라고 인사하며 지스타 재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부산시가 유치한 이후 지스타가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고 게임의 경우 이렇다 할 지역 오프라인 행사가 없다는 점에서 부산 개최에 점수를 줄 수 있다.

변수는 있다. 경기 성남시가 지스타 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게임업체들이 밀접한 지역이라 업계 입장에선 개최 편의성 측면에서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성남시는 지스타 개최공간으로 백현유원지 부지에 대규모 컨벤션 시설 건립 등을 밝힌 바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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