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혹시?’ 종잡을 수 없는 지도반출협의…과연 정부 선택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구글 본사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국회 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고 여야 의원들이 지도 국외반출 반대 의견을 잇달아 내는 가운데 업계에서도 데이터 사후관리 등의 이유를 들어 ‘지도 데이터를 그냥 넘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식선에서 본다면 반출 불허가 당연한 듯하나, 정부가 1대5000 정밀지도 데이터의 국외반출을 허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왜 반출 허용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지난 8월만 해도 업계 내에선 ‘설마 반출될까’하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반출 여부 결정을 한 차례 유보한 뒤부터 ‘혹시 모른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결정을 유보한 것 자체가 이미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반출 허가 여부에 대해 아직도 ‘예측불허’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7개 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18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심의 회의를 열고 반출 허가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정부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
◆구글 해명 없는데도 반출될까? 후폭풍 불 보듯=구글의 태도는 여전히 논란이다. 지도 반출을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이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 것이다. 반출 허용이 될 경우 후폭풍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확인된 구글의 거짓말만 ‘4개’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구글이 지도 반출 근거로 내세운 ‘잘못된 사실과 주장’<관련기사: www.ddaily.co.kr/news/article.html?no=148500>을 꼽아본다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는 것은 한국뿐이다 ▲정밀지도가 있어야 길찾기 서비스가 가능하다 ▲위성사진 블러 처리는 할 수 없다 ▲구글이 먼저 스트리트뷰 개인정보 수집을 공개했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유엔-글로벌정보관리위원회(GGIM)에 따르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는 나라는 세계 21개국에 이른다. 구글은 중국도 지도를 반출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으나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 내비게이션 업체와 1대5만 축적 지도 제휴 사례에 그쳤고 폐막 이후엔 중국 정부가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도 지도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 조사결과다.
정밀지도 여부는 길찾기 서비스와 연관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UN-GGIM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도보길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에서 1대2만5000 혹은 그보다도 낮은 축척의 지도도 확인된다. 이미 1대2만5000 축적의 국내 지도가 반출되는 것을 감안하면 1대5000 축적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구글의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출 승인서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어낸 기업을 위해 특혜를 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에 끌려 다니다 결국 반출? 국가위신도 문제=지도 반출 허가를 가정해본다면, 국가위신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지금까지 상황 전개를 보면 ‘정부가 구글에 끌려 다녔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반출 불허에 대한 여론이 비등했는데도, 정부 협의체는 한 차례 유보 결정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대 기업도 아니고, 기업 대 국가 간의 관계”라며 “거짓말에 대한 해명도 안 된 상태에서 지도 반출이 이뤄진다면 우리 정부가 우스운 모양새가 되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구글 이외에 여타 기업들이 지도 반출을 후속 신청했을 경우 이를 불허할 근거가 없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엔 ‘지도 데이터 사후관리’ 규정이 없어 전문가들은 물론 여야 의원들이 한결같이 이 부분을 지적해왔다.
지도 반출 결정이 날 경우, 당초 무방비 상태이기도 했지만 곳간(사생활 유추 데이터)을 털어가라고 아예 문을 열어준 꼴이 된다. 반출 이후엔 정부를 겨냥해 ‘데이터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책임질 주체 분명치 않아…회의록도 공개해야”=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지도반출 협의체의 경우 특정부서가 의견을 주도하지 않고 합의로 진행하기 때문에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결정 이후 협의체 회의록이나 각 부처별 입장을 명확하게 공개해야 정부 의견 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업계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제 국회에서도 거론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지도 국외반출협의체 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때문에 각 부처가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뚜렷하게 공개된 바 없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반출을 찬성하고 국방부 등이 불허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지도 데이터의 경우 무인자동차, O2O,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중요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국외 반출 결정이 국민 생활이나 산업계에 미칠 여파가 크다. 더욱이 지도는 국민세금이 들어간 국가자산이다. 반출을 결정하는데, 국민들도 알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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