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에 칼날 겨눈 삼성전자, 노림수는?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영국 생활가전 업체 다이슨을 상대로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 진공청소기 ‘모션싱크’에 대한 다이슨의 특허소송으로 기업의 명예와 신용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 14일 서울중앙지법에 100억원을 우선 청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두 회사의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본격적인 악연은 작년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모션싱크에 대해 다이슨은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까지 나서 ‘냉소적인 모조품’이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날렸다.
하지만 다이슨의 공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핵심인 바퀴와 본체가 따로 움직이는 조정기술 특허가 일본에서 이미 1996년 선행기술로 등록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이슨은 2011년 관련 특허를 국내에 신청했지만 2013년 5월 특허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등록거부’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소송도 취하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을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바로 세우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 1위 달성을 위해서는 다이슨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럽에서의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슨은 불필요한 공세를 펼쳤고 초조함이 그대로 들어나는 실수를 범했다. 반대로 말하면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생긴 셈이다. 현재 유럽은 소형 백색가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선진 시장뿐 아니라 폴란드, 체코, 우크라이나 등 신흥 시장에서도 소형 백색가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형 백색가전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삼성전자에게 있어 진공청소기는 포기할 수 없는 제품이다. 특히 다이슨이 가지고 있지 않은 로봇청소기는 오랫동안 경쟁력을 쌓았고 유럽 생활가전 시장도 이에 발맞춰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 전체로 로봇청소기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13%로 추정되며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삼성전자는 소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에서 모션싱크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1차 목표인 다이슨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후 대중화된 제품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룩스와의 대결도 준비가 필요하다. 소송으로 직접적인 수익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오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추가적인 소송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계 1위 IT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약 63조원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피해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100억원대 소송은 피해액 일부에 대산 것을 우선 청구하는 개념이다. 올해 내내 다이슨과의 이슈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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