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공급량 축소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으로 D램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출하량 및 매출액 기준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낮은 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기술 수준이 크게 뒤쳐지는 엘피다(마이크론에 인수)와 비교해서도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투자 집행, 라인 운용, 가격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익률은 업계의 평균치(27%) 대비로는 1%포인트 높은 것이지만 SK하이닉스(33%), 엘피다(32%)보다는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 D램 사업은 영업이익률 경쟁에서 타사에 뒤진 적이 거의 없다. 과거 SK하이닉스에 한 두차례 이익률을 역전당한 적이 있긴 하나 곧바로 재역전을 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2011~2012년 경쟁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낼 때 삼성전자는 나홀로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엘피다보다 이익률이 낮았던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과거의 삼성전자라면 더 벌었겠지만, 그러한 기회를 거머쥐지 못했다는 의미다.
D램 시장은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호황 국면이다. 주력 D램 생산 업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엘피다) 3개 업체로 좁혀졌고, 생산량 조정에 따른 여파로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었다. 이는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아이서플라이는 2010년 하반기부터 2년 6개월간 매 분기 지속적으로 떨어졌던 D램 ASP가 올 1분기 4%, 2분기 12%로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D램 업체들의 이익률은 확대됐다. 1분기 D램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1%였지만 2분기에는 이 수치가 27%로 껑충 뛰었다.
디 로빈슨 IHS 메모리&스토리지 수석연구원은 “주요 D램 공급업체가 3개로 좁혀지면서 공급량이 줄었고 주력 수요처가 PC가 아닌 (고정고객이 많은)모바일로 바뀌면서 안정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앞선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호황과 불황을 가리지 않고 D램 물량을 계속 확대했다. 공급 과잉으로 경쟁 업체들은 손해를 봐도 혼자서는 이익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골든 프라이스’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 독일의 키몬다는 공중분해됐고 대만의 파워칩, 프로모스, 렉스칩(파워칩 엘피다 합작사), 난야, 이노테라(난야 마이크론 합작사)는 경쟁력을 상실했다. 지금은 마이크론에 인수된 일본 엘피다를 침몰시킨 장본인도 바로 기술과 자금력을 가진 삼성전자였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불황일 때 대규모 증설 및 미세공정 전환 투자를 실행해왔던 삼성전자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신규 건설된 공장은 모두 낸드플래시 팹이었다”며 “36나노에서 25나노로의 미세공정 전환 투자가 더디면서도 크지 않았던 탓에 물량 증가율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호황기는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여 마이크론(엘피다)은 물론, 대만 업체들까지 자금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큰 우려 사항은 현 시점의 삼성전자는 과거와 같은 물량 및 가격 통제력이 없고, 경쟁사와 비교해 이익률에서도 뒤쳐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