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 부품(DS) 총괄 내 시스템LSI 사업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애플의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장기 계약을 발판 삼아 수년째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성장’이 용납되지 않는 삼성의 문화 속에서 우남성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14나노 직행’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관련기사 참조).
14나노 직행 카드는 ‘도전적 목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애플 파운드리 계약 연장, 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의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20나노를 건너뛰고 14나노 공정을 조기 도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 하나를 건너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지난해 8월 28나노 D램 공정 개발에 실패해 25나노 조기 생산 체제를 가동했지만,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상당 기간 애를 먹었다. 다양한 회로 블록이 삽입되는 시스템반도체는 D램 보다 공정 미세화가 더 어려운데다 14나노에선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3D 핀펫(FinFET) 기술이 도입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남성 사장이 이처럼 어려운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분명하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줄어든 11~12조원 사이로 전망된다. 2011년과 2012년 1조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은 7000억원 미만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장 가동률 및 판매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 중반대로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률을 깎아먹고 있다.
실적 부진은 올해 초 이미 예견됐다. 갤럭시S4 초기 모델에 탑재됐던 최초의 옥타코어 AP 엑시노스5 옥타 5410은 캐시 메모리 하드웨어 결함으로 인한 발열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갤럭시노트3에도 주력 AP로 채택되지 못했다. 퀄컴이나 미디어텍처럼 고객 기반이 다양하지 않은 시스템LSI 사업부는 무선사업부 소화 물량이 줄어들면 매출 타격이 상당히 크다.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해 말 중단됐던 시스템반도체 전용라인인 화성 17라인(S3)의 공사 재개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도 바로 우남성 사장이었다. 14나노로 직행하면 현재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14나노 공정으로 직행하겠다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계획은 그야말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며 “성공한다면 독자 AP인 엑시노스 시리즈의 판매량 확대는 물론 애플과의 파운드리 장기 거래 계약도 쉽게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올해 실적이 너무나 좋지 않아 벌써부터 증권가에선 인적 쇄신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14나노 조기 양산 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면 시스템LSI 사업부의 성장세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