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D램 시장의 과점화가 심화되고 있다. 구매자보다 공급자의 힘이 더 세지고 있다는 의미다. 생산 업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로 좁혀진 데 따른 여파다.
8일 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D램 시장의 허핀달허쉬만지수(HHI)는 2721을 기록했다. HHI는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점유율을 제곱, 합산한 수치로 시장 경쟁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1000~1800은 경쟁, 1800~4000은 과점, 4000 이상이면 독점 시장으로 본다.
1980년대 후반 D램 시장의 HHI 지수는 1000으로 시작했지만 생산 업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엘피다) 3강 체제로 재편된 이후 이 지수는 계속 오르고 있다. 과점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과점화 심화, 제한된 공급 증가 여력은 장기적인 D램 시황을 긍정적으로 전망케하는 요소다.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위험 요인으로 신규 업체의 D램 시장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X나노 공장을 신규로 꾸미려면 6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정 고도화에 따른 기술 장벽도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남아 있는 D램 업체들은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보단 미세공정 전환(기술 업그레이드) 쪽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실제 2010년 이후 건설된 신규 공장은 D램이 아닌 낸드플래시였다.
D램 수요처가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변화했다는 점도 시황이 밝을 것으로 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PC D램은 현물시장, 투기성 구매 등 가격 안정성에 해가 되는 요인이 많았지만 모바일 D램은 100%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변수가 적다.
장준덕 SK하이닉스 마케팅본부 수석은 “앞으로 신규 D램 공장이 건설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2~3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을 오갔지만 현재의 호황 사이클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