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내 반도체장비 업계도 450㎜ 대응해야 할 때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인텔, 삼성전자, TSMC, IBM, 글로벌파운드리가 주축인 ‘글로벌 450㎜ 컨소시움(G450C)’은 미국 뉴욕주립대 나노스케일사이언스엔지니어링대학(CNSE) 내에 450㎜ 테스트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공장은 오는 3월 완공된다. 완공 이후에는 테스트 장비가 하나 둘 반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10년을 주기로 웨이퍼 직경을 키워왔다. 90년대 초반 200㎜, 2000년대 초반 300㎜ 웨이퍼가 그렇게 도입됐다. 450㎜는 업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도입 시기가 예상보다 한참이나 늦어졌다.
450㎜ 웨이퍼는 현재 사용되는 300㎜ 대비 면적이 2.25배 넓다.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 수를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정 미세화를 착실하게 진행해 온 소자 업체들은 그간 웨이퍼 직경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450㎜ 전환의 필요성은 최근에서야 대두되고 있다. 10나노대 이하에서 미세화가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넓은 칩 면적의 시스템반도체를 다루는 인텔과 TSMC 등이 450㎜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텔이 포토 리소그래피(노광) 장비 업체인 ASML과 니콘에 연구개발(R&D) 비용을 대면서 450㎜ 도입 시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ASML은 450㎜에 대응하는 연구용 극자외선(EUV) 및 이머전 노광 장비를 각각 2015년과 2016년 출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용 제품의 출하 시기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2017~2018년 사이가 될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한다. 일본 니콘도 2017년 450㎜ 대응 이머전 노광 장비를 출하하겠다고 공식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ASML과 니콘이 인텔로부터 450㎜와 관련한 R&D 자금을 수혈받은 뒤 ‘보답’ 차원에서 개발 로드맵을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종의 약속인 셈이다.
노광은 반도체 생산 공정 가운데 가장 핵심이다. 1Gb D램을 기준으로 봤을 때 칩이 완성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에서 약 60%, 총 생산원가의 35%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간 여러 장비 업체들이 450㎜ 대응 장비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소자 업체들은 물론이고, 노광 쪽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도입될 지도 모르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돈을 쏟아부을 여유가 없었다.
인텔과 TSMC가 450㎜ 전환에 적극 나섰고, 노광 장비의 로드맵이 발표된 만큼 이제 450㎜ 대응 장비의 개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15년 연구용 노광 장비가 출하된다고 하니 이 시기에 맞춰 식각, 증착, 세정, 검사 등 각종 전공정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어 나올 것이다.
450㎜에 대응하고 있는 유진테크, PSK를 제외하면 국내 장비 업체들은 이미 R&D 착수 시기가 한참이나 늦었다. CNSE 450㎜ 테스트 공장에 반입될 장비 업체도 대부분 선정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테스트 공장에 장비를 넣은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의 기술력 격차는 상당히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늦었지만, 한국 장비 업체들은 올해부터라도 450㎜ R&D에 나서야 한다. 더 늦어지면 2017~2018년 혹은 그 이후 대규모 수주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 축소로 올해도 힘든 한해가 될테지만, 이럴 때일 수록 더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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