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세계적 수준의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연구개발(R&D) 컨소시움에 적극적으로 참여,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메모리 제조 장비에 편중된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2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115억달러로 이 가운데 국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국산화율)은 29.5%(34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국산화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90년대 초반에는 장비 국산화율이 10%를 넘지 못했다. 따라서 20여년간 질적, 양적으로 상당 수준 성장했다는 평가도 있긴 하다. 그러나 원천기술 확보 미비에 따른 기술경쟁력 부족, 메모리 제조장비 편중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국산화율 30%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용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11일 열린 제 1회 반도체 공정포럼에서 “국산화율이 30%라는 것을 거꾸로 말하면 기술 수준이 해외 업체의 30% 수준밖에 안 된다는 얘기”라며 “국내 장비 업체들이 세마텍이나 G450C와 같은 국제 R&D 컨소시엄에 참여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메모리 장비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 장비 및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며 “450㎜ 웨이퍼에 대응하는 장비 개발도 당장 내년부터 착수하지 않으면 우리가 따라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KIST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장비 업체들의 세계 매출 점유율은 4.5%에 그친다. 국내 업체들은 핵심 제조 분야인 노광 장비는 다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기술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것도 문제다. KIST 자료에서 상위 22개 국내 장비 업체들의 내수 의존도는 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정부 자금이 투입됐던 장비 상용화 사업에 선행로드맵 및 성능평가 프로세스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웠던 일”이라며 “수요 기업이 원하는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정확한 예측력 및 일관된 완성도 평가 기준, 정보 공유 프로세스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리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반도체공정·장비부문 PD는 “장비 업체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R&D에 매진하는 방법 등이 있겠고 장기적으로는 업체 간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