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회동이 이뤄졌지만 극적 화해는 없었다. 대신 양사 관계가 동반자면서도 경쟁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애플 공동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한 뒤 19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팀 쿡과 2~3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며 “과거 10년간 스티브 잡스와 있었던 이야기, 어려웠던 이야기, 위기를 극복하면서 양사간 좋은 관계가 구축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이런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중심으로 얘길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애플과 화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추도식 때문에 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도체와 LCD 등 부품 공급건과 관련해 “내년 것까지는 이미 공급 계약을 마친 상태이고 2013년과 2014년 어떤 좋은 부품을 공급할까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특허 소송 등으로 인해 애플이 일본·대만 등으로 부품 거래처를 돌릴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 세계 19개국에서 수십건의 특허소송을 진행하며 다투고 있다.
앞서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도 “애플과 오랫동안 (부품 공급) 파트너 관계로 지내왔다”며 “(특허 전쟁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재용 사장은 그러나 완제품 부문에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전략은 지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은 추가 소송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며 “법무팀이 경영진과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어플레이하면서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제품을 낼 수 있도록 양사가 아마 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완제품 부문을 책임지는 최지성 부회장은 “(애플을) 제 1거래선으로 존중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며 초강경 방침을 선언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완제품-부품간 투톱 체제를 부활시킨 이유에 대해 최지성 부회장이 가졌던 부품 부문의 매출 책임을 덜어주고, 애플과 제대로 한 번 싸워보라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완제품-부품 사업간 공고히 벽을 쌓은 이유가 정보 보안을 통해 애플에 잘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결국 이재용 사장은 이번 팀 쿡 애플 CEO와의 회동을 통해 부품 분야에선 애플과 동반자로 지내면서도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분야에선 경쟁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사장이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로써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