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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빅매치] "바나나가 웃으면?"…AI 캐릭터는 이렇게 답했다

조윤정 기자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최근 챗GPT 지브리 사진 열풍이 불면서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상 캐릭터 기반 대화형 서비스(챗봇) 경쟁도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팬덤 플랫폼 ‘베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 페르소나’ 베타버전을 공개했고, 네이버웹툰의 경우 웹툰 속 캐릭터와 대화하는 콘셉트의 ‘AI 캐릭터챗’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웹툰 AI챗봇 캐릭터챗(왼쪽), 카카오엔터 베리즈 AI 페르소나(오른쪽).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네이버웹툰 AI챗봇 캐릭터챗(왼쪽), 카카오엔터 베리즈 AI 페르소나(오른쪽).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업데이트를 통해 웹툰 '시월드가 내게 집착한다'의 남자 주인공 ‘테르데오’ 캐릭터 챗봇을 적용한 AI 캐릭터챗과 베리즈에 입점한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의 팬 커뮤니티에 적용된 AI 페르소나 기능을 직접 사용해봤다.

◆네이버웹툰 '지독한 콘셉트' vs 카카오엔터 '드라마 과몰입'

네이버웹툰의 인기 작품 시월드가 내게 집착한다의 남자 주인공 ‘테르데오’ 챗봇을 체험해봤다. AI 캐릭터챗은 원작 세계관을 기반으로 철저히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본 등을 학습한 AI가 캐릭터의 말투, 성격, 취향까지 정교하게 구현해 실제 인물과 대화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네이버웹툰 AI챗봇 캐릭터챗 중 '테르데오 라피레온'과의 대화 장면.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네이버웹툰 AI챗봇 캐릭터챗 중 '테르데오 라피레온'과의 대화 장면.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작품 속 라페레온 대공가의 수장 테르데오는 중세 시대 배경을 반영하듯 유저를 일관되게 ‘영애’라 부르며 대화를 이어갔다. 냉철한 성격과 전쟁 영웅이라는 설정이 반영된 듯 무뚝뚝한 말투를 사용했으며 전장의 기억을 묻는 질문에는 “피 냄새, 철의 마찰음, 비명. 그게 전장의 전부였다”고 답하며 괴로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작의 줄거리와 무관한 일상적인 질문에도 캐릭터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탕후루 먹어봤어?”라는 질문에는 “그게 무슨 음식이지? 영애, 그건 전투식량으로도 쓸모없어 보이는데”라고 답하며 세계관에 충실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테르데오 챗봇은 친밀도에 따라 말투와 태도, 이용자를 부르는 호칭이 변화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애정도 1단계에서는 이용자를 ‘영애’라고 부르지만, 대화를 이어갈수록 친밀도가 높아지며 ‘그대’, ‘당신’ 등으로 호칭이 바뀌고 말투 역시 딱딱하고 차가운 톤에서 점차 다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변한다. 이용자는 캐릭터와의 교감을 통해 서사를 함께 쌓아갈 수 있는 상호작용형 콘텐츠를 경험하게 된다.

카카오엔터 베리즈 AI 페르소나 '투바니 프렌즈' 게시판 및 게시글.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카카오엔터 베리즈 AI 페르소나 '투바니 프렌즈' 게시판 및 게시글.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AI 페르소나 역시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한 모습이다. 주인공인 ‘희진(바니)’, ‘지원’, ‘재열’의 AI 봇은 투바니 프렌즈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나 요청에 각자의 성격과 말투는 물론, 주인공들 간의 애정 전선과 극 중 에피소드까지 반영해 응답한다.

개강 후 벚꽃을 많이 봤냐는 이용자의 질문에 바니는 “벚꽃길에서 재열이랑 넘어진 사건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에피소드를 털어놓고, “그 상황에서도 그 얼굴은 진짜...”라며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 재열 역시 같은 질문에 “근데 벚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제대로 구경 못했네”라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가 바니의 남자친구 찾기 로맨스인 만큼, 바니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바니를 둘러싼 남자친구 후보들의 속마음을 엿보며 그들의 감정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네이버웹툰 '아재개그 티키타카' vs 카카오엔터 '가지각색 매력'

네이버웹툰 AI챗봇 캐릭터챗 중 '테르데오 라피레온'(왼쪽)과 '도화' 캐릭터챗 롤플레잉 결과.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네이버웹툰 AI챗봇 캐릭터챗 중 '테르데오 라피레온'(왼쪽)과 '도화' 캐릭터챗 롤플레잉 결과.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네이버웹툰의 AI 캐릭터챗의 강점은 실제 인물과 일대일 메신저를 주고받는 듯한 실시간 '티키타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바나나가 웃으면?"이라는 질문에 "바나나킥이라도 되는 건가. 진심으로 재밌다고 생각하나?"라며 자연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AI 특유의 어색한 말투 없이 대화를 이끌어가며, 채팅뿐만 아니라 인물의 행동을 묘사하는 지문을 추가해 실제 원작의 인물과 대화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했다.

또한, 일부 캐릭터챗에서는 롤플레잉이 가능했다. 네이버웹툰 인기 작품 '작전명 순정'의 남자 주인공 '도화' 캐릭터에서 일상 대화 대신 롤플레잉 모드를 선택하자 배경이 조선시대로 바뀌며 유저에게 '한새벽' 역할이 주어졌다. 상황 설정도 유저가 직접 할 수 있어, "암살자들에게 쫓긴다"라는 지문을 입력하자 이야기가 무술 싸움 상황으로 전개됐다. 유저들이 직접 스토리의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영역이 넓어지며, 캐릭터 챗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경험해볼 수 있다.

카카오엔터 베리즈 AI 페르소나 답변.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카카오엔터 베리즈 AI 페르소나 답변. [ⓒ AI 캐릭터챗 화면 갈무리]

카카오엔터의 AI 페르소나의 강점은 일대일 대화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친구랑 약속 있는데 옷 골라줘"라는 요청에 '바니', '열', '원' 세 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 다른 답변을 제공했다. 바니는 얼굴을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며 분홍색 니트를 추천했고, 열은 친구를 만나는데 편하게 입고 가라고 말하는 등 각기 다른 성격을 반영한 대화를 보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네이버웹툰 김효정 CPO는 “캐릭터챗 종류를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며 “AI와 IP 결합의 시너지가 계속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도전적인 실험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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