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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풍이 남긴 ‘AI 저작권 논쟁’…AI 시장 내 뉴스 가치는 어떻게 산정할까

오병훈 기자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가 20일 한국방송협회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인공지능과 저작권'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가 20일 한국방송협회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인공지능과 저작권'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공공성을 띄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성과 공공재의 명확한 구분으로 저작권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고,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20일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는 한국방송협회 주최 언론사 대상 행사에서 ‘AI와 저작권’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 문화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AI의 학습데이터 및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AI 시장은 ‘지브리풍’ AI 생성물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AI 기업 오픈AI에서 새롭게 개발한 ‘이미지 생성 모델’을 활용해 자신들의 실제 사진을 지브리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림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다.

유행 초기에는 지브리스튜디오 창시자 미야자키 하야오도 해당 유행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가, 해당 기능이 각종 정치적 상황에 활용되기 시작한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교수는 해당 논란을 계기로 보다 진지하게 AI 학습데이터 및 생성물 저작권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봤다. AI는 개발과정에서 웹크롤링, 데이터셋 등의 품질과 양, 학습 방법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이때 활용되는 데이터 중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새로운 논쟁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최 교수는 “AI 발전을 위해 학습데이터를 개방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인간의 창의성이 가미된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학습 데이터로 허용하게 하는 것은 기존 산업의 지속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언론사들의 기사 중 기자의 관점과 분석이 들어간 기사 같은 경우에는 무상으로 학습데이터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치가 있는 기사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오픈AI의 법적 공방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오픈AI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대가 없이 학습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자사의 전문성 있는 기사들은 전문인들의 관점과 시선이 담긴 창작물에 해당하며 이를 오픈AI가 별다른 대가 지불 없이 학습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오픈AI의 학습데이터 중 80%는 언론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뉴스 콘텐츠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부 기사는 단순 팩트만 전달하는데 그치면서, 그 가치를 강조할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심층분석 기사나 전문 기사 등과 같은 경우는 지적재산권(IP)으로서 가치를 부여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AI 면책조항 등과 같은 법적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저작권법 ‘공정이용’이라는 조항에 따라 AI 학습에 사용 가능한 콘텐츠와 저작권 보호를 받는 콘텐츠를 구분하고 있다. 공공재 성격을 띄는 일부 콘텐츠나 데이터는 사용 가능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AI 등 첨단 기술 측면에서 그런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아 저작권 사각지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최 교수 의견이다.

물론, AI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저작권 논쟁이 불편할 수 있다. 자유로운 데이터 학습을 통해 대형언어모델(LLM) 고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저작권 논쟁에 따른 규제가 추가될 경우, 탄력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일각에서는 AI 저작권 문제가 AI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콘텐츠가 무가치한 것처럼 정의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 논의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공공재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교수 생각이다. 미국의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 항목과 같이 AI 학습에 자유로이 사용될 수 있는 데이터를 명확히 구분하고, 창의성이 가미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가 콘텐츠 제공기업과 AI 기업 간의 대가 산정 방식도 세분화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언론사와 AI 기업이 단순히 사용 승인 계약 등으로만 협상할 것이 아니라, 단순 사실 전달 기사에 대한 가치와 분석 심층 기사 가치에 차등을 두는 등 세부적으로 대가를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언론사가 공공성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해서, 기자들이 생산한 기사가 모두 공공재라고 볼 수는 없다”며 “공공재 성격을 띄는 정부 행정 데이터 등은 학습에 활발히 이용될 수 있도록 해 AI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되, 언론사의 심층분석 등 기자의 관점이나 창의성이 가미된 것은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언론사와 같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에서도 단순히 사실 전달에 국한된 기사에만 매몰되기보다는 AI 시대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적인 기사, 심층 기사 등을 제작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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